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 DISPLAY Aug 19. 2019

제주 2주 여행 8/12

열한번째 혹은 열두번째, 세부적인 조형미, 자연을 작품으로

슬슬 날짜 감각이 헷갈리기 시작했던 
열한번째 혹은 열두번째 날.

흐린 날씨에 봤던 냥이 중에 한마리인지
돌담 위에 돌인척 앉아 있었다.
어쨋든 확실한 것은 이 날은 맑았고
비오토피아 수풍석 박물관을 갔던 날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걷는 비오토피아 박물관까지 걷는 길은
조용한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걷던 중에 외관이 멋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수풍석 박물관과 함께 이타미 준이 건축한 방주교회.

지붕의 삼각형 타일과 바닥의 둥근 돌에서
햇빛이 부족함 없이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다.
교회라는 특징 때문인지 묘한 성스러움이 느껴져 
눈이 부셨지만 한참을 지켜봤다.

햇빛이 강해서 전체 모습을 한장에 담기가 쉽지 않았다.
한바퀴 돌며 건축의 세부적인 조형미를 먼저 즐겼다.

이 정도의 각도가 되니까
물 위에 떠 있는 노아의 방주처럼 보였다.

교회 내부는 안타깝게도 들어갈 수 없었다.

교회 옆에 있는 올리브 카페에 들어가
크랜베리머핀과 카페 라떼 세트(7,500원)를 먹었다. 

다른 날씨와 다른 구도에서의 모습도 궁금해서
엽서 10장 세트(5,000원)도 구매했다.








모이는 장소인 디아넥스 호텔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비오토피아 수풍석 박물관은
일반적인 박물관과 다르게 자연을 작품으로 하는만큼
미리 예약한 25명이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한시간을 걸으며 관람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수() 박물관부터.
* 관람 순서는 석() > 풍() > 수() 였지만
박물관의 이름처럼 수풍석 순으로 포스팅을 했습니다.

햇빛의 위치가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흠 잡을 것이 그것밖에 없을만큼
건축이 완벽한 균형을 갖추었다는 의미가 되기도 했다.

천장을 올려다 보면 원주 뮤지엄 산에 있는 
제임스 터렐의 스카이 스페이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다음은 풍() 박물관.

사실 바람 박물관은 십년전에 와본적이 있던 곳이었다.

바람을 전시한다는 획기적인 공간임을 알지 못했던 
그때와 달리 공간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껴 보았다.

살짝 몸을 기울여 바닥에 펼쳐진 빛과 그림자를 보니까
콘트라스트 높은 기하학 무늬를 보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석() 박물관.

현재의 외관은 녹슨 모습이지만
지어질 당시의 외형은 노란색이었다고 했다.

오전 10시가 되면 바닥에 놓인 돌에 
정확히 빛이 비쳐진다고 했다.
우리가 돌 박물관을 들어선 오후 2시의 빛은 
이미 돌을 넘어서고 있었다.

하트 모양으로 생긴 굴뚝은 
아래에서 보면 정확한 원모양이었고

거기서 비쳐진 빛의 모양은 마치 눈동자 같았다.

수풍석 박물관을 관람하며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비오토피아라는 고급 주택 단지 안에 있는 
아름다운 산책길을 걷는 것이었다.

모임 장소에서 박물관까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나왔던 영상이 마음에 들어 DVD를 구입했다.

잠시 호텔 로비에 앉아 쉬다가 
근처의 포도호텔까지 가보기로 했다.

포도 호텔까지 가는 길에도 날씨는 변함없이 좋았다.

바닥에 붙은 포도 송이같은 포도 호텔.
방주교회, 수풍석 박물관, 포도호텔까지.
어쩌다 이타미 준 투어를 하고야 말았다.

택시를 타고 협재로 향했다.

오름과 스테이크가 있었던 1부와
숲과 와인이 있었던 2부에 이어
제주 2주 여행의 3부마저 끝나 버렸다.
이번에는 바위와 장어덮밥의 기억이 남은 채로.








제주 2주 여행 

작년 1년간 매달 일요일에 한 번씩 제주에 내려와
제주도 해변을 시계 방향으로 걸으며
<SUNDAYS>라는 연작 사진을 촬영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작업들이 아직 남아있는 채 
지난 10월 말, 다시 한 번 제주를 찾았다. 
이번에는 2주(실제로는 15박 16일)라는 긴 호흡으로.

다시 제주 한 바퀴를 돌며 2주 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은
작년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곳,
작년 날씨가 아쉬워서 다시 촬영하고 싶은 곳,
해안선 위주의 동선이라 갈 수 없었던 중간 산 지역,
그 사이의 식당과 카페들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SUNDAYS 08 (201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