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플랫 화이트가 더 비쌀까?
# 플랫 화이트 한 잔 주세요? (3)
## 왜 플랫 화이트가 더 비쌀까?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맛보던 플랫 화이트는 이제 한국에서도 흔하다. 한국 카페에서도 많이 내놓는 커피 음료다. 사실 카페라테와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플랫 화이트의 맛을 선호하는 사람은 굳이 플랫 화이트를 주문한다. 카페라테와 플랫 화이트의 차이는 우유 스티밍과 우유의 양 그리고 에스프레소의 양이다. 카페라테보다는 더 세세하게 그리고 얇게 우유를 스팀 해야 하고, 전체적인 음료의 양이 적어서 우유와 에스프레소의 양이 적게 들어간다. 만약 카페라테와 동일한 사이즈로 제공된다면 우유 스티밍과 비율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작년 여름 지인이 살던 지역의 유명한 카페에 간 적이 있다. 브런치가 유명한 카페인데 규모가 커서 요리를 전문으로 다룰 주방과 카페 바가 별도로 존재했다. 카페의 메뉴를 보니 플랫 화이트가 있었다. 늘 그랬듯이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플랫 화이트가 카페라테보다 500원 비싼 것이 아닌가? 우리가 아는 플랫 화이트 생각하면 전혀 비쌀 이유가 없는데 카페라테보다 비쌌다. 얼마나 다르기에 그런 것일까?
확실히 플랫 화이트를 위한 우유 스티밍은 카페라테의 우유 스티밍 보다 까다롭다. 우유 거품의 양이 카페라테보다는 적기 때문이다. 카페마다 다르지만 플랫 화이트는 유리잔에 나오는데 음료를 받고 조금 기다리면 우유가 섞인 연갈색의 커피와 우유 거품이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두 개의 층의 비율과 두께에 따라 플랫 화이트를 위한 우유 스티밍의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대체로 손가락 한마디보다 더 두꺼우면 카페라테에 가깝다. 그럼 플랫 화이트를 주문했지만 카페라테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 플랫 화이트는 말 그대로 우유 거품의 양이 카페라테보다는 플랫(Flat)하게 적어야 한다. 그래서 바리스타도 플랫 화이트를 위한 우유를 스팀 할 때 조금은 주의를 기울인다.
그 카페의 메뉴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플랫 화이트를 주문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내 생에 마셔본 플랫 화이트 중에서 최악이었다. 두꺼운 우유 거품과 과하게 스팀 되고 지나치게 높은 온도, 커피 머신의 청결도가 별로인지 느껴지는 텁텁한 끝 맛은 5,500원이 아까울 정도였다. 이걸 플랫 화이트라고 팔다니 화가 났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플랫 화이트가 카페라테보다 우유가 적어 에스프레소의 맛이 더 강하므로 그냥 카페라테에서 샷을 하나 더 추가했기 때문에 500원이 더 비쌌던 것 같다. 정말 놀라운 발상이다. 다시 언급하지만 인생 최악의 플랫 화이트였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플랫 화이트를 주문하기 전에 의심부터 하는 버릇이 생겼다. 플랫 화이트랍시고 정말 기대하는 플랫 화이트를 할 수 있는 카페인지 말이다. 겉멋으로 하는지 아니면 정말 플랫 화이트의 맛을 알아서 내놓는지 의심해 본다. 하지만 플랫 화이트 메뉴가 있는 집 치고 우유 스팀이 엉망인 곳은 많이 겪어보지 못했다.
카페의 메뉴판에 플랫 화이트가 있다면 카페라테와 플랫 화이트의 차이를 구분할 줄 안다는 이야기다. 어느 정도 우유 스팀을 조절할 줄 안다는 의미이고 우유 스티밍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밍밍한 카페라테의 맛에 조금 질렸다면 플랫 화이트를 주문해 보자. 그러나 카페라테의 가격이 플랫 화이트의 가격보다 비싸다면 위 사례를 참고하여 의심하자. 혹은 카페라테는 너무 흔하고 좀 더 색다른 이름의 커피 메뉴를 원해서 넣은 것 일수도 있다. 마치 시나몬빵이나 계피빵처럼. 짜파게티와 짜짜로니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