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옫아 Jan 24. 2024

아이유 뷔 뮤직비디오 Love wins all 해석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아이유 뷔 뮤직비디오 Love wins all이 어제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었다. 다양한 메타포들이 나오는데, 시각에 따라 쉽게 읽히느냐 조금 더 심층적으로 들어가느냐가 나눠질 것 같다. 


뮤비에 대한 나의 주관적인 해석을 짧게 끄적여 보고자 한다. 


제목은 사랑이 모든 걸 이긴다, 인데 뮤직비디오에서는 제목의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무언가에 쫓기는 두 연인은 이미 지칠대로 지쳤으며, 피로해 보이고 뷔는 후천적으로 눈에 상처가 난 듯 오드아이가 된 상황이다. 옷도 너덜너덜해졌고, 오랫동안 못 씻은 듯 피로해 보인다. 마치 좀비 바이러스에 도망치고 있는 상황인가 의심도 간다. 


* 참고로 저는 오드아이로서, 오드아이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해당 브런치 공간에 올리고 있습니다.. 막간을 이용한 짧은 홍보.. 많관부.. 

[브런치북] 안녕?오드아이! (brunch.co.kr)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수많은 헌 옷가지들이 쌓인 일명 옷 무덤을 마주한다. 이는 그들에게도 찾아올 엔딩이기도 하다. 여러 쓰레기와 폐기물 중 뷔는 캠코더를 줍게 되고 이 캠코더 창을 통해 본 아이유의 모습은 현실과 조금 다르다. 이는 화면 비율을 다르게 하는 연출을 통해 환상적인 창을 통해 그녀를 보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아이유에게 뷔는 캠코더를 넘기고, 아이유 역시 뷔를 캠코더를 통해 바라보는데 지금의 꾀죄죄한, 조금은 거친 모습과 달리 예전의 맑고 순수한 모습의 뷔가 그려진다. 이에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아이유는 뷔를 캠코더를 통해 그대로 보며 손을 뻗어 만져본다. 이때 환상과 현실이 서로 중첩되어 만난다. 캠코더 창의 뷔는 그대로이고 아이유의 손도 역시 그대로 화면에 비추어진다. 


캠코더라는 매체를 통해 환상의 세계로 넘어간 두 사람. 이미 폐업한 지 오래된 듯한, 먼지와 거미줄만 가득한 레스토랑 폐허에서 두 사람은 먹는 것처럼 연기하지만 실제로 맛있는 걸 먹은 것 같고 두 사람의 입가엔 미소가 번져가며 분위기가 전환되기 시작한다. 환상의 세계에 진입함과 동시에 현실의 고통은 잊고 두 사람은 즐겁게 웃고 장난치고, 사진도 찍고 기뻐한다. 


두 사람은 결혼식 때 입을 법한 예복과 웨딩 드레스를 입고 이 순간을 박제하려는 듯 사진도 찍어본다. 하지만 캠코더와 달리 출력된 사진은 헌 웨딩 드레스와 뷔의 오드아이를 그대로 박아내며 두 사람이 환상의 세계로 진입한 듯 보이지만 결국엔 현실에 있음을 암시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기꺼이 현실에 대한 두 눈을 감은 듯 환상의 세계에서 그 누구보다 서로의 눈을 깊이 바라보고 웃고, 꽃을 귀에 꽂고 노래를 부른다. 


행복도 잠시. 다시 그들을 찾아온 네모 모양의 무언가. 두 사람은 이윽고 현실을 눈치 채고 도망가고 피하지만, 결국 이와 대응하게 된다. 가장 행복한 인생의 순간이어야 할 결혼식 때 입을법한 면사포를 쓰고 눈물을 그렁그렁 흘리며 뷔를 보호하는 아이유의 모습에서 비극을 읽을 수 있다. 네모는 점점 더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그들은 포기한 듯 마주하지만, 서로를 지키려는 행동들과 결연한 의지만큼은 절대 수동적이지 않다. 그것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끝끝내 바라보고 응시한다. 


환상만을 보여주는 것 같았던 캠코더는 본연의 역할인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밧데리가 다 나갔다는 경고 표시와 함께 서서히 이 현실로부터 증발하는 두 연인을 담아낸다. 으레 다른 연인들이 그랬을 것처럼 폐허가 된 공간, 그 중심의 헌옷가지 무덤 위로 아이유와 뷔가 입던 드레스와 양복이 떨어지며, 비극적인 결말로 뮤직비디오는 막을 내린다. 


그러나, 정말 비극적인 세드엔딩일까. 모두가 맞이하는 결말처럼 이미 세드엔딩은 정해진 것이고 그들에게 주어진 환상의 시간은 비극을 더 강조하기 위한 연출 수단에 불과하나. 아이유가 곡을 소개하는 글들 중 마지막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당신들이 내게 그래주었듯 나도 당신들의 떠오름과 저묾의 순간에 함께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 옆에서 “무섭지 않아. 우리 제일 근사하게 저물자.”라고 말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어떻게 보면 악동뮤지션의 '낙하'의 메세지와도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인생의 좋은 순간이 아닌 가장 힘든 순간에서도 함께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가장 비극적인 순간에도 노래를 부르고, 사랑의 결실이라 부를 수 있는 웨딩드레스와 예복을 입을 수 있는 것은 당신이 내 곁에 있기 때문에. 당신과 내가 만들어 가는 사랑으로 인해 어두운 현실은 차츰 멀어져 가는 것이니까. 현실 도피나 외면의 차원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밝게 채색하는 것이 사랑이니까. 비극적인 운명에도 좌절하지 않고 끝끝내 눈을 뜨고 피하지 않는 것은 사람 곁에 내가 있고, 곁엔 사람이 있으니까. 비록 우리의 존재가 세상에 의해 부정되고 헌 옷만 남게 되더라도. 


헌 옷들이 가득한 무덤은 이미 오랜 연인들의 수많은 과거와도 같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사랑을 이어가고자 약속하고, 노래와 수화 등의 다양한 사랑의 언어로 사랑을 지켜가고자 다짐해도 불가피하게 마주할 수밖에 없는 비극이 있다. 네모로 대표되는 무언가는 그 비극의 상징체이다. 사랑에 대한 억압과 핍박, 혹은 두 사람의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 등 다양한 고난들이 그 네모로 상징되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응해서 그를 이기기엔 두 사람의 존재는 나약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일 수 있다. 아무리 그 네모를 막대기로 쳐고 부셔도 이길 수 없다. 이미 다른 모든 연인들이 그렇게 네모를 상대했지만 헌 옷들만 남기고 현실에서 사라진 것처럼. 


그럼에도 사랑이 이긴다니, 무슨 이야기일까. 이미 져버린 것처럼 보일 텐데. 캠코더마저 환상을 이야기해주진 않는데. 고작 네모 하나 못 이기면서 어떻게 사랑이 모든 걸 이긴다고 하는 걸까. 아니다, 사랑이 이기는 게 맞다. 비극적인 난관들이 아무리 연인을 핍박하고 두렵게 해도 그들은 떨어지는 대신 서로를 품고 지켜주고 함께하니까. 고작 그 네모에 대한 두려움에 사랑은 결코 지지 않으. 그러니까, 수많은 비극적인 결말에도 사랑은 살아남는다. 헌 옷가지들이 쌓여갔음은 곧 사랑은 지지 않고 이어져 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보여준다. 옷 무덤은 사랑의 역사이니, 비극이자 희망이다. 


 아이유의 소개 첫 구절결국 Love wins all 뮤직비디오를 관통함에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나의 주관적 해석을 마쳐본다. 


눈에 띄는 적의와 무관심으로 점점 더 추워지는 잿빛의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무기로 승리를 바라는 것이 가끔은 터무니없는 일로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본 바로 미움은 기세가 좋은 순간에서조차 늘 혼자다.

반면에 도망치고 부서지고 저물어가면서도 사랑은 지독히 함께다.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 캠코더, 웨딩드레스, 양복, 오드아이에 대해서도 더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우선은 뮤직비디오가 전하고자 하는 Key 메세지에 대해서만 짧막한 내 생각과 해석을 써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학의 이름, ‘모든 것들의 세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