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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 Sep 05. 2023

쫌! 제발 퇴사 좀 하자

퇴사 프로젝트 완성에 이르기까지 일어날 수 있는 변수 

와.. 쫌! 제발 퇴사 쫌 하자! 

경상도에서는 아주 많은 말과 복합적인 감정을 한 글자에 아주 깔끔하게 담을 수 있는 마법의 단어가 있다 '쫌!' 


제발 퇴사시켜줘, 회사 지겹다. 징글징글하다. 피곤하다. 지친다. 재미가 없다. 아오 갑갑해 지겨워. 아주 바보 같은 일들이 너무 많구나 이곳엔.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니. 또 시작이구나 등등 

굳이 풀어쓰니 긍정적인 이야기라곤 하나도 없는 아주 못난 문장들 뿐이구나. 

차라리 이럴 땐 사투리 마법을 써서 쫌의 주머니에 깡그리 담아 두는 게 낫겠다. '쫌!'


다른 꿈들을 이뤄보자니 가장 부족한 게 시간이라 결정한 퇴사 그리고 대망의 퇴사를 위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지만 매 글에서 보고 느낄 수 있듯 아직도! 불안함과 오만가지 걱정들에 확신은 100프로이나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하다. 퇴사에 이르기까지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이 많다. 대체적으로 결정하면 추진력하나는 끝장나는 나이지만 무턱대고 실행하는 것은 또 허용하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법칙이 있기 때문에 나는 아무도 몰래 머릿속 시뮬레이션을 간단하게 천만번 정도 돌려보는 징글징글한 편이다. 


갑자기 돈이 너무 쪼달린다. 갑자기 건강에 문제가 크게 생긴다

갑자기 회사가 너무나 재밌어진다.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새로운 기회나 제안이 생긴다. 

갑자기 급여가 미친 듯이 인상된다. 

갑자기 회사에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서 매일 그를 보고 싶은 콩닥 심장이 박혔다.

갑자기 인생이 재미가 없어지고 무기력해져서 그냥 회사나 다니자 한다.

갑자기 조금 채워 온 자신감과 확신마저 사라진다. 


자, 어떠한 위험과 시련에도 나름 창과 방패를 준비한다면 마냥 실패란 없는 법. 

프로젝트에 절대 실패하지 않도록 지금 생각할 수 있는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에 대한 마인드컨트롤 방법을 미리 철저하게 준비하자. 


1. 갑자기 돈이 너무 부족하다. 갑자기 건강에 문제가 크게 생긴다.

지금 하고 있는 계획으로는 적당히 레귤러 한 요가 수업을 구해서 평일에도 시간제로 뛰고 원래 내가 하고 있는 내 수업도 하고 회사 다니면서 따놓은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이용해 온라인 한국어 수업을 늘려나가면 충분한 액수는 아니겠지만 퇴사를 하면서 생기는 시간을 잘 분배하여 갈아 넣어서 어찌어찌 고정지출비용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만약에 50일 남짓 시간 동안 내 몸에 어느 부위 하나에 고장이 난다면? 갑자기 큰돈이 들어가야 한다거나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가족에 뭔가 일이 생겨 큰돈이 필요하게 된다면?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 계약 연장이 퇴사 후 바뀔 내 조건들을 이유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 안돼 그런 변수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건강관리 잘하고 차조심 개조심 사람조심 하고 전세계약연장에 대해서도 더 꼼꼼하게 알아보고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에 사서 걱정만 하는 격이구나.. 어쨌든 일어나지 않아야 할 가능성 임으로 평소보다 더 조심해서 생활해 보는 것으로... 이게 무슨 설루션이야... ;;)


2. 갑자기 회사가 너무나 재밌어진다.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새로운 기회나 제안이 생긴다. 

2달도 안 되는 시간에 갑자기 회사가 너무 재밌어질 가능성은 거의 3프로도 안된다. 하지만 이건 언제까지나 파워 N으로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프로젝트 실패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뭔가 주재원 발령 같은 기회가 생기거나 (해외 생활에 익숙한 나는 주재원 발령을 늘 꿈꿔와서 매년 달걀로 바위를 깨뜨리는 식으로 아주 굳건하게 연간 평가 평가지에 내년 목표로 써넣었다. 가능성은 0.01% 지만) 아니면 호기심 많고 성취감 중독자인 나를 자극시켜 줄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갑자기 제안받는다거나 (가만 생각해 보면 정말 일 중독자다. 어쩔 수 없는 노예근성. 절레절레)

>> 안돼, 이것 또한 다 덫일 뿐이다. 그런 기회가 온다 하더라도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는 달콤한 케이크에 불가하다. 내 인생의 재미난 롱런을 생각하면서 절대 흔들리지 말자. 지금 내가 자유롭게 하는 재미난 인생 롱런에 대한 상상 리스트를 되뇌고 되새기고 실현하는 꿈을 지속적으로 꾸자. 그것만이 성취감 중독자인 내가 이런 유통기한 있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3. 갑자기 급여가 미친 듯이 인상되었다. 

이럴 가능성은 0.001%, 현재 내가 특별승진을 할 수 있는 뭔 일을 저지른 상태도 아니고 글로벌 덩치를 키우기 위한 합병을 앞두고 있는 회사에서 나 따위 일개 직원의 급여인상에 신경 쓸 일이 없다. 그리고 이제는 곧 말할 수 있을 비밀 이야기지만 작년 이맘때쯤 나는 회사에서 전체 2명에게만 적용된 특별 연봉 인상 특권을 받았다.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지는 않아서 참 애석하지만 10% 인상이면 월급쟁이들에겐 아주 큰 숫자인데 매달 들어오는 액수는 그냥 또 그렇게 크지 않게 느껴져서 감흥이 없었다. 아무튼, 감사하게도 그런 인상 특권까지 이미 받아 봤기 때문에 또 한 번 그런 일이 있을 일은 향후 몇 년은 없을 것이고 회사가 지금 그럴 상황도 아니다. 

>>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서 사실 기분 좋은 상상에 몰입도 거의 안되지만 어쨌든 이런 일이 있어도 휘둘리지 말자. 퇴사를 하고 나면 당분간은 어려울 수 있지만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급여 인상보다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이것 역시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더 필요하겠구나. 마인드컨트롤, OM. 


4. 갑자기 회사에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서 매일 그를 보고 싶은 콩닥 심장이 박혔다.

사실 이것이 가장 기분 좋은 상상이고 구미가 당기는데 흐흐 지금 뭐 티오 난 포지션 수나 포지션을 봐서도 그럴 일은 없다. 아하! 내가 사직서를 내고 나면 내 자리 티오가 나고 그렇다면 일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면 조금 어리고 잘생긴 귀엽고 착한 후배가 들어와서 1-2주라도 눈의 호사를 누리며 행복한 인수인계 기간을 가질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동안의 노고를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 아닐까 

>> 제일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구미 당기는 위험 요소지만 그런 분이 나타난다고 해도 나와 짧은 기간 잘 될 가능성은 더 희박하니 웃기지 말자. 상상하는 동안 멍청이 같은 행복한 미소라도 지어서 엔도르핀이 살짝 돌았으니 그걸로 되었다. 주책이다 정말. 가라는 시집은 안 가고. 아니 못 가고.


5. 갑자기 인생이 재미가 없어지고 무기력해져서 그냥 회사나 다니자 한다.

에너지 넘쳐흐르는 내가 뭘 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무기력 해지는 건 노원구에 있는 모 로또 파는 편의점에서 구입한 로또에 당첨되는 것 보다도 더 희박한 가능성이다. 회사에 내가 정말 잘 따르는 분이 알려 주신 그분 집 근처 로또 파는 편의점에서는 50명이 이미 당첨이 되어 로또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늘 줄이 길다고 했다. 진짜 신기. 그리고 나는 인생에서 로또를 해 본 적이 없다. 애초에 그런 당첨운이 아예 없어서 해볼 생각 조차 하지 않고 그저 몸으로 부딪히며 인생을 열심히 솔직하게 산다. 

>> 무기력해지는 순간에도 요가파워로 끌어올리자. 좋은 생각, 기분 좋은 상상을 많이 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더 애착을 가지고 자부심을 가지자. 할 수 있다! 


6. 갑자기 조금 채워 온 자신감과 확신마저 사라진다. 

사실 신기하게도 정말 매일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무슨 일이 좀 풀리지 않고 있다면 아. 이게 될까? 물가상승률을 심하게 체감한 날에는 아. 퇴사가 맞는 걸까? 몸이 너무 지친 날에는 아. 그냥 월급 받으면서 회사 계속 다니는 게 내 몸을 되려 아끼는 일이 아닐까? 이런저런 성공기 실패기들을 담은 글이나 다큐, 영화 등을 보면서 아. 견딜 수 있을까? 정말 수없이 한 생각과 상상인데도 아직도 할 생각과 걱정이 남은 게 신기할 정도다. 이 위험요소야 말로 매일의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하다

>> 매일 써보고 되뇌어보자. 볼까? 할 수 있는 이유, 해야 하는 이유, 하고 싶은 이유,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을 병행해 오면서 내가 느꼈던 보람, 뜨거움, 회사 안에서와는 크게 다른 내 표정. 


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아니 말은 되지만 뭐 어쩔 도리가 없는 변수들 

결국은 마인드컨트롤이다. 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고 어쩌지 하고 있으면 어쩔 수 없는 이유들만 바퀴벌레 같이 번식할 변수들이다. 

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만 쫌 생각하고 제발 퇴사하자.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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