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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세기소녀 Nov 08. 2018

퇴사가 후회스러울 때

은행에서 주부는 직업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못느꼈던 깨끗한 공기의 소중함을 악역을 맡고 있는 미세먼지 및 황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되었다. 

  내가 회사원일때도 그랬던 것 같다.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혜택을  그냥 당연하다 느끼며 지내왔던것 같다.

  매달 나오는 월급이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특히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어려움을 별로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재직증명서랑 원천징수 영수증만 있으면 기본적인 대출이 가능했다. 그리고 친절했다.   거기서 내가 하는 일은 대출이자를 좀 더 줄여보고자 은행원과 협상하는 것이었다. 


  

 직업이 주부였을 때는 달랐다. 나를 증명하고 보장해 줄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신용대출은 나에게는 그저 꿈같은 것이다. 퇴직금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급하게 돈이 필요해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안쓰럽게 쳐다보며 ‘당신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서류 한 장이 없으면 그만 나가주세요’라는 표정이다. 다른 은행 통장을 만들 때도 그랬다. 자동이체되는 고지서 하나를 개설하려는 은행으로 옮겨야 가능했다. 입출입 통장인데도 말이다. 


  인터넷 뱅크는 서류 없이도 가능하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시도해보았다. 서류는 필요 없었다. 하지만 회사명이 없으면(주부가 회상명이 있을 리가) 더 이상 선택이 안된다.

  재직증명서 종이 한 장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새삼 느끼게 하고 있다. 

  퇴직을 한 후 세상은 가시밭길 같다. 쉽게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다.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 왜 그리 많은지... 그 사이에 생각지도 않은 상처는 내 속을 파고든다.   

  은행에서 주부는 직업이 아니었다. 갑자기 박카스 광고가 생각난다.

  “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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