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세기소녀 Aug 10. 2018

퇴사를 잘 했다고 느꼈을 때

  아들은 효자다. 내가 힘들까 봐 설날 새벽에 태어났다. 명절 음식 차리지 말고 푹 쉬라고.... 아들 덕분에 정말 푹 쉴 수 있었다.

  아들은 아픈 손가락이다. 태어나서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을 때 먹는 즉시 모든 걸 뿜어냈다. 병원으로 달려갔다. 검사 결과는 유문협착증(위 유문부의 내강이 좁아져서 위액이나 음식물 등이 잘 통과하지 못하는 병).

  태어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수술을 해야 하는 아이가 너무 불쌍하고 미안했다. 수술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그 시간 동안 울기만 했던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그 이후로 엄청 잘 먹고 건강하다. (의사 선생님이 장기를 많이 늘려주신 듯~~)


  3개월 출산휴가를 마친 후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출장을 가더라도 신랑이 아침을 챙겨주었고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던 이모는 내가 야근할 때면  돌봄을 자청했다.(엄마와 언니는 사랑입니다~~) 


  어떻게 보면 맞벌이 부부가 아이들을 키우는데 제일 어려운 시기가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시기인 것 같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퇴근 후에 데려갈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초등학교는 돌봄 교실이 있지만 많은 아이들의 수용이 어려워 모든 해결책이 학원을 여러 군데 보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학원을 알아보는 중에 아들이 “엄마, 나 학원 안 다니면 안 돼?”냐며 묻는다.

  “엄마, 아빠 회사 다녀서 네가 일찍 끝나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어려워. 그리고 걱정돼서 안돼!”

  그래도 아들은 계속 혼자 있을 수 있다며 떼쓴다.

  “그럼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너무 심심하니까 지금 다니는 태권도 학원은 계속 다니자.”

  “꼭 다녀야 돼? 안 다니면 안 돼? 나 혼자 집에 있을 수 있는데......”

  “안돼... 집에만 있으면 엄마가 걱정돼서 안돼!!”

  실랑이를 하다가 아들도 더 이상 내가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을 알았는지 나의 계획에 따르기로 했다. 대신 핸드폰을 해주기로 했다. 급할 때 연락하라고..(그 당시 집전화기가 집에 없었다.)


  아들은 입학 후 3일부터 틈만 나면 전화를 해댔다.

  “엄마, 집에 혼자 있으니까.. 무서워.... 엄마 언제와? 지금 오면 안 돼?”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참으라고 네가 정한 일이니 견뎌보라고.. 익숙해지면 괜찮아진다고... 계속 그러면 학원을 보내 겠다고...


 내가 퇴사를 한 이후에 왜 아들이 학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7살부터 다니던 태권도 학원에서 형들이 많이 놀렸다는 것을..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는 것을...  난 그 아픔을 보듬어 주지 못한 못된 엄마가 되어있었다.

 

나의 딸 그림

  

  그나마 아들은 아빠와 이모의 보살핌이 있었지만 막내는 이모도 없고 남편도 새벽일을  하기 때문에  출장 기간에는 항상 할아버지가 돌봐줬다. 새벽 첫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나는 아이들 자는 시간에 갈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가 아무리 잘 해줘도 부모의 보호만큼   와 닿지는 않나 보다. 잠에서 깨면 항상 엄마 얼굴이 보이다가 갑자기 할아버지가 있으면 낯설기도 하겠지.. 이런 상황이 반복이 되다 보니 자다가 깨면 항상 "엄마~"하며 나를  찾고  확인이 되면 다시  잠을 청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할아버지에게는 그래도 울거나 보채지 않고 평소처럼 인사도 잘하고 어린이집도 잘 갔다던데 어린 나이에도 힘들게 눈치껏 행동했나 보다.


  내가 퇴사하고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역시 아이들이다. 아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를 부른다.

  “엄마~~ 엄마~~~ 나 왔어~~” 그리고 히죽히죽 웃는다.

 “ 엄마 일 안 하니까 그렇게 좋아?”

 “응. 엄청 좋아. 매일 집에 오면 아무도 없었는데 이젠 엄마가 있으니까 너무 좋아.” 이렇게 간단한 일을 한 번도 못해 준 게 너무 미안했다.

  아이들에게 잦은 야근과 출장으로 인한  엄마의 빈자리는 많이 컸나 보다.

  막내는 일 년 내내 매일 눈을 떠도 내가 있는 것이 확인이 되니 저녁에 혼자 모임을 가더라도 이제는 “잘 갔다 와, 사랑해”하며 손 인사도 해준다.

  또한 가끔씩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글을 써서 내게 보여준다.  


 아이들이 외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엄마의 마음이랄까........ 퇴사하길 잘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 혼자 잘 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