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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졔 Jan 13. 2019

태평양에 섬을 만들 수 있는 아주 쉽고 편한 방법

우리의 양심은 세상을 떠돈다

 미크로네시아(미크로네시아 연방 공화국)는 4개의 큰 섬과 607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4개 주(states:야프 ·추크 ·폰페이 ·코스라에)로 나뉜 행정구역을 가지고 있으며, 동서 쪽으로 쭉 뻗어있는 섬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조용히 뽐내고 있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곳이기에 배를 타고 나가면 심심찮게 바다 가운데 솟은 땅을 찾을 수 있었다. '저건 607개의 섬을 셀 때 포함된 걸까?'싶은 아주 작은 섬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미크로네시아는 화산활동이나 융기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섬을 발견하면 내 이름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지만 괜히 기대되는 상상을 할 수 있는 탐험가의 섬이었다. 


#샤크 아일랜드, 너와 가까워지고 싶어

 다큐멘터리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세상에는 정말 별의별 생물과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들이 많다. 내가 이런 세계를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배가 아파서 '내가 왜 바람으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후회하고는 했다. 이런 나에게 샤크 아일랜드는 이름만으로 나에게 설렘을 주었던 섬이었다. 박사님들과 현지 주민분들이 샤크 아일랜드라 불렀는데, 정식 명칭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렴 상관없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뭐, 굳이 생각해 보자면 녹차를 키우는 땅에 붙여진 '녹차밭'같은 이름이었지만, 샤크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강인함과 두려움이 나에게 참 자극적이고 새롭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신나기만 했었는데 막상 샤크 아일랜드에 간다고 생각하니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내 몸에 나도 모르는 상처가 있으면 어떡하지? 상어는 후각이 매우 발달해서 피 한 방울만 흘려도 달려든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들은 기억이 있어서 온몸의 상처를 곰곰이 생각했다. 박사님들이 괜찮다고 해주시기 전까지는.


샤크 아일랜드에 도착하고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물속에서 상어를 본다는 것은 스릴이 넘치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일찍, 더 빨리 보고 싶어서 먼저 내려가겠다고 했다. 상어가 내 눈을 바라보고 다가오면 눈싸움에서 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내려갔지만 기대와는 달리 상어들이 바로 보이지 않았다. 

 박사님께서 물속 어딘가를 가리켰다. 손끝이 향한 곳을 보니, 상어라고 볼 수밖에 없는 형태들이 바닷속을 누비고 있었다. 좀 더 가까이, 명확하게 보고 싶었다. 박사님들 손에 들려진 페트병을 더 비벼달라는 손짓을 했다. 제발 좀 더 가까이 와주세요 상어님. 상어만 보기에도 정신없는 와중에,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실해파리들이 보일 때마다 기겁하며 밀어내야 했지만 오래 머물고 싶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페트병은 상어를 쫓아내기 위한 도구였다. 물속에서 비벼서 상어들이 싫어하는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페트병을 비비는 게 상어를 부르는 소리인 줄 알고 더 열심히 비벼달라고 했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상어가 잘 보이는 너무나 맑은 바다

 다시 배로 복귀한 뒤 배에서 고기를 떨어트렸다. 상어들이 배 근처에서 공짜 뷔페를 즐기는 동안 눈알을 빠르게 굴렸다. 상어 떼들은 서로 부딪히면서도 아프지도 않은지 고기를 잘도 집어먹었다. 작고 뾰족한 이빨, 맨들맨들한 피부, 미묘하게 다른 색상과 생김새들을 관찰하며 야생의 상어와 일방적인 내적 친목을 다졌다. 자연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참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사랑한다면 자연을 소중히 할 이유는 충분하다. 자연을 지키면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이 넓어진다. 

 

#태평양에 섬을 만들 수 있는 아주 쉽고 편한 방법 

우리가 만든 아름다운 섬

정말 말고 깨끗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한남 태평양 해양연구소가 있는 미크로네시아는 정말 아름다운 바다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남태평양을 다니다 보면 이런 외딴섬들을 꽤 자주 볼 수 있었다. 포카리 스웨트 광고에 나올 것 같은 청량한 바다와 산호가 쌓인듯한 섬을 보고 있자니 황홀할 지경이었다. 저 섬의 땅을 밟기 전까지 말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했던가! 그렇담 이 섬도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까이 서보니 태평양에 떠돌아다니던 쓰레기가 모여 이루어진 쓰레기 섬이었다. 페트병이 특히나 많았다. 흙이 더 많을까 쓰레기가 더 많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공간에서 숨을 쉬는 것들이 용해 보일 정도였다. 어떻게 자랐는지 의문인 나무 아래에서 주먹만 한 소라게들이 분주하게 쓰레기 더미 사이를 돌아다니다 나와 만나면 집으로 숨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연구소로 돌아왔다. 미안해 소라게야. 신문에서만 보던 바다 한가운데의 쓰레기섬. 겉으로는 맑고 아름답기만 한 이곳도, 우리들이 버린 쓰레기로 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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