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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졔 Jan 13. 2019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아이들이 생리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

미래의 삶을 상상해보자. 50년 뒤에, 사람들의 일상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내가 꿈꾸는 세상은 이렇다. 전기밥솥이 밥을 지어주듯, 재료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음식이 만들어진다. 차가 막힐까 걱정할 일도 없다. 이동 자동화 시스템으로 원하는 곳만 말하면 제시간에 그 장소에 데려다준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매일매일 건강을 체크하고, 이상이 있으면 지정 병원에 결과가 바로 전송이 되고, 맞춤형 식단과 생활계획표로 어느 때보다 건강한 삶을 즐기게 된다. 
 정말 상상만 해도 멋진 삶이다. 우리는 머지않아 이런 삶이 올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삶을 꿈꿀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과연 몇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과학기술을 누리고 있을까?


제2부. 다른 이의 삶을 바라보아야 할 때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라는 책을 보면 모두가 같은 미래를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계를 만일 100명의 마을로 축소시키면, 컴퓨터를 소유하거나 공유하고 있는 사람은 단 22명뿐이었다. 우리에게는 일상이 된 전기를 사용할 수조차 없는 사람들도 21명이나 되었다. 넓게 잡아,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저 미래 마을에서 최첨단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 세계 인구의 22%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당연히 더 나아진 과학기술을 누릴 거라 상상하고 있지만, 세계에는 이 상상조차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지구마을에 사는 100명 가운데, 38명은 수도가 없는 곳에 살고 있으며, 14명은 글씨를 전혀 읽고 쓰지 못합니다. 10명은 하루에 2200원도 안 되는 돈을 법니다. 24명은 전기가 없는 곳에 살며, 텔레비전을 가진 사람은 45명, 컴퓨터를 가진 사람은 22명뿐입니다.        -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아이들이 생리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

아이들은 호기심이 흘러 넘치는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여행하면서 현지에서 오랜 시간 살았던 사람들을 만나면 인터뷰를 했다. 좀 더 가까이에서 그들과 함께했던 사람들은 내가 미처 알 수 없던 것들을 보여주었다. 

 이번 글에서는 학교를 못 간 길거리의 아이들과 오래 지냈고, 말라위에 머물면서 학교를 세워주기까지 했던 여행자의 인터뷰를 짧게 옮기고자 한다. 인터뷰는 주민들의 일상부터 주거 형태까지 참 광범위한 주제로 이루어진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들 말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게 없을까, 온갖 소재를 담아와 이야기를 끌어낸다. 무언가 필요한 게 없나 캐내는 일은 쉽지 않다. 말라위의 아이들이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각종 단체에서 물품을 지원해주기도 하지만 장기적이지는 못한 상황에 대에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학교를 가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여학생들의 생리에 대한 것이었다. 남자였기에 여성의 생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는데 의외였다. 

 어느 나라에서는 생리하는 여자는 불길해서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느니, 생리대가 없어서 천으로 둘러싼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솔직히 그런 내용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입을 해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여자애들은 생리대가 없어서 천 조각이나 진흙, 나뭇잎 같은 것을 대신 사용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진짜야.
가끔 NGO에서 생리대를 보급해 줘도 사용 못 하는 경우도 많아."
"왜? 사용방법을 안 알려줘서? 생리대를 받고서도 사용을 왜 못해."
"생리대를 부착할 속옷이 없거든. 현지에 지원해주는 그 누구도 그걸 모르는 거지. "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생리대가 없어서 사용하지 못한 경우는 봤어도, 생리대가 있는 데 사용하지 못한 경우는 내 머릿속 시나리오에 존재하지 않았다. 뇌 속 무의식적 공간에 잠시라도 머문 적 없는, 스친 적조차 없는 상황이라 말이 안 나왔다. 아, 팬티가 없을 수도 있구나. 팬티가 없을 수도 있구나. 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남들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당연시 여겼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인터뷰를 마친 후 조사해보니 말라위의 소녀들은 생리 때문에 연간 평균 50일을 결석하며, 생리 때문에 여자아이 10명 중 1명은 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통계를 찾을 수 있었다. 학교를 못 가는 이유는 ‘빈곤’ 하나가 아니었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어째서 학교가 아닌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있어야만 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잘못된 사회적 관습에서 비롯된 차별과 교육받을 기회의 박탈은 그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었다.


내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은 당연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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