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구관계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생긴 딸내미...
마냥 친구들과 노는 거 좋아하고 집에서는 아직도 아기마냥 애교있는 귀여운 모습만 보여주던 딸이라 초등 6학년 되고나서는 언제까지 저렇게 해맑으려나 했었는데 이제서야 조금씩 사춘기가 오고 있나 보다.
어릴 적 친구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나와는 달리 딸은 주변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 성격이라 학교생활도 남녀 구분하지 않고 같이 놀 때 재미있으면 그 뿐, 딱히 무리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는 약간 독립적인 성향이다.
그런데 얼마 전 만우절에 학교에 책상과 의자를 거꾸로 해 놓고 칠판에 글씨들도 거꾸로 해 놓는 이벤트(?)를 했었는데 그 준비는 같은 반에 친구 셋이 미리 카톡 오픈채팅방으로 얘기를 나눠 준비를 한 거였다고 한다. 딸은 재밌는 만우절 이벤트에 같이 참여하고 싶었는데 본인은 카톡이 없어서 못한 걸 매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엄마, 반에서 나만 무리가 없는 거 같아"
라며 약간 기운없이 말을 꺼낸다.
원래 없었어도 잘 지내오고 있던터라 처음에는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번 주 내내 자기 전에 학교에서 있었던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해 얘기를 꺼내며 올해는 '친구운이 없나봐'라고까지 얘기하는 거 보니 나름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 거 같아 보였다.
딸이 그런 얘기를 꺼내니 덩달아 엄마인 나도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어떻게 대해줘야 할까 고민이 많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사춘기 아이에게 지금 무슨 말이 필요할까...말 많이 해봤자 잔소리일 뿐.
어제는 하교 후 학원 끝나고 집에 온 아이가 하도 기운이 없길래 안되겠다 싶어 잠깐 아파트 내에 핀 벚꽃 보면서 산책을 하자며 데리고 나왔다.
오랜만에 같이 아파트 여기저기를 걸으며 하얗게 핀 예쁜 벚꽃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구경했다.
사진도 찍고 농담섞인 말도 건네며 걷고 있자니, 딸도 기분이 점점 나아지는 지
"엄마 이리와봐~"
하며 내 손을 잡고 주말에 독서모임 친구들과 놀았던 얘기를 해 준다.
친구들과 이렇게 놀았었다며 꽃잎, 풀잎 따다 돌로 빻는 요리 놀이(?)도 보여주고 점점 웃음을 찾는 아이의 모습에 긴장했던 나도 스르르 마음이 놓이며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 역시 이럴 땐 그저 옆에서 조용히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지켜봐주는게 최선의 방법이구나.
벚꽃은 너무 예뻤고 그걸 바라보며 활짝 웃는 아이의 모습은 더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
이번 주말 벚꽃이 지기 전 딸과 함께 더 많은 예쁜 꽃들을 구경하러 가야겠다.
" 딸아, 얼마 전 네가 스스로 자존감 높다고 얘기했던 것처럼 그렇게 너의 중심을 잘 지키고 있으면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생길거야~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는 언제나 너의 뒤에서 너를 믿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
사랑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