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 여행을 떠나기 까지
관광지를 이동하면서 즐기는 여행도 좋지만, 나는 아직 모험이 하고싶었다.
무계획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직장 동료분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 화나니까 저는 안들을게요
뭐든지 계획을 세워야한다는 직장 동료분은 나의 이런 성향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해서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말씀에는 다 일리가 있었고, 나도 내 여행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비꼰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확히는 이번이 두 번째 무계획 여행이다. 첫 번째는 작년의 후쿠오카 여행이었다. 이는 나중에 쓸 수 있으면 써보도록 하고.
오랫동안 멈추어놨던 브런치를 다시 켠 이유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내가 보았던 것을에 대해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 인스타그램도 있지만, 알다시피 인스타그램은 사진에 특화되어있다. 글을 남겨두기에는 적합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렇게 번거롭지만 브런치에 여행기를 올려놓는다.
내가 여행에서 어떤 것을 느꼈고, 무계획의 불안함과 낭만 사이에서 어떻게 저울질을 하였는지.
이 글을 통해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두 가지는 용기와 언어라 생각한다. 돈도 돈이지만, 많은 돈을 쓰지 않고도 여행은 할 수 있다. 물론 할 수 있는 것에 차이는 있겠지만, 럭셔리한 여행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 정말 그 문화를 체험해보고 외국의 친구를 만들고 같이 놀고 싶다면 돈이 많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무튼 나의 모든 여행들이 그렇듯 이번 일본 여행도 무모한 용기속에 시작되었다.
3달 전의 비행기표. 이거는 너무 충동이었을지도.
말 그대로다. 나는 비행기표를 약 3달 전에 구매했다. 추석 시즌에 맞춰서 가려고 혹시나 자리가 없을까봐 일찍 예약한 것이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길었다. 하루하루 출근하면서 여행을 떠나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는 것은 즐겁기도 하지만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하지만 이렇듯 출발 날짜가 정해지면 삶에 활력이 생긴다.
당시 나는 회사에서 이직을 고민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특히나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매일 똑같아보이고 사람에 대한 인류애마저 떨어져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여행에 목말라있었다. 그러던 와중 비행기표를 끊고 나니, 조금이나마 회사에 가는 것이 괜찮아졌다.
물론, 매너리즘에 빠질 때마다 여행을 가야한다면 통장 잔고가 금방 거덜나겠지만 그래도 일년에 한 번쯤, 가까운 곳으로라도 여행을 다녀온다면 그나마 괜찮은 리프레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에서 모험을 만들어주는 언어
나는 언어가 여행을 모험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한다. 관광지를 가고, 내가 찾은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음식을 먹는 것은 얼마든지 언어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가능하다. 영어도 있고, 메뉴판을 가리키며 주문을 하는 것 또한 가능하니까.
하지만, 실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언어가 주는 확장성은 무궁무진 하다.
나는 첫 무계획 여행이었던 후쿠오카 여행을 참고해서,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어떻게하면 그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말을 좀 더 잘하는 것'. 그래서 나는 외국인 친구 찾기 어플을 깔았다.
해당 어플에는 생각보다 많은 일본의 친구들이 한국을 좋아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한글을 배우고 싶어했다. 100년도 안지난 일이지만, 정말로 한글을 없애려고 한 사람들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한글을 좋아하고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 너무 신기했다.
이곳에서 알게된 친구들과 일주일에 두어번 일본어로 전화통화를 했다. 한 번 전화하게되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떠들었고, 주된 주제는 그날의 일이나 요즘 고민, 여행을 갔을때 어디를 가면 좋을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중학교때부터 꾸준히 해 온 일본어가 첫 무계획 여행 이후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나는 아키코라는 나보다 열 살이나 더 많은 결혼하신 누님을 알게되었고,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다. 내가 무계획에 시골까지 가게 된 것도 이 누님의 역할이 컸다.
아무튼, 관광지를 이동하면서 즐기는 여행도 좋지만, 나는 아직 모험이 하고싶었다.
더 나이가 들면 새로운 곳을 찾아가거나, 모르는 곳에 무작정 처들어가는 지금같은 오기는 부릴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다시 배낭을 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