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의 여행기 10
아침 체크아웃 시간에 늦을 뻔했다.
전날 새벽 2시가 넘어서 들어와 씻고 침대에 누웠을 때가 2시 40분쯤 되었는데,
아침에 아키코가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했을 때가 9시 30분이었다.
체크아웃은 10시.
다행히 자기 전에 어느 정도 짐은 챙겨놔서 30분 만에 빠르게 준비 후 호텔에서 출발했다.
마지막 날의 목적지는 나고야 과학관.
과학의 도시라는 타이틀답게, 나고야 한 가운데에는 큰 과학관이 존재한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과학관으로 향했다.
하마마쓰에도 과학관이 있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제일 큰 도시의 과학관이 잘되어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마지막 날 가기에 부담스럽지 않아 선택하게 되었다.
과학관은 어렸을 적 부모님과 같이 갔던 적이 몇 번 있었다. 형도 발명 대회에서 상도 받기도 했었고, 우선 과학관은 박물관과 다르게 체험해 볼 수 있는 게 있어서 즐거웠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니 나고야의 과학관도 그런 것 같아 기대를 품고 가게 되었다. 여기에 플라네타리움이 엄청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하게 되었다.
입장권을 사고, 관람을 시작했다. 우주과학으로도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일본이어서 그럴까, 로켓과 같은 것들도 많이 보였다. 과학관 바로 앞 광장에는 로켓도 전시되어 있었다.
입장권에는 플라네타리움 입장권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11시 표를 예약하고 2층부터 차례대로 과학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지금부터는 동영상이 많을 예정이다.
귀여운 오리가 흘러가는 모습인데, 아쉽게도 과학적으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귀여워서 찍게 되었다.
가장 신기했던 토네이도 생성기.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이런 식으로 토네이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신기한 장치였다.
'역시 이래야 과학관이지!' 하며 거의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과학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11시를 10분 남기고 우리는 플라네타리움으로 향했다.
내부는 돔 형태의 영화관같이 생겼다.
촬영은 불가능했지만 전체적인 감상은 정말 최고였다.
솔직히 플라네타리움은 정해진 영상을 틀고, 끝날 때까지 '관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었다.
내가 관람한 플라네타리움은 해설사분이 하나하나 설명해 주며 화면도 직접 움직여가며 보여주는 곳이었다.
심지어 전 날 보름달이 떴었는데, 그 보름달이 어디서부터 뜨는지, 달의 모습부터 각 별들이 어느 위치에 뜨는지, 어떤 별들이 어느 계절에 잘 보이는지 등을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처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설명해 주셨다.
완전한 암흑 속에서 플라네타리움의 별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실제로 별을 보는 것만큼.
나고야에서 유명한 것은 장어뿐만이 아니었다. 닭요리 또한 유명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닭 요리를 그다지 먹어보지 않아 돌아가기 전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
아직 여행에서 다 쓰지 못한 돈도 남아있어서, 가장 비싼 세트로 시켰다.
한 번 시키면 히츠마부시처럼 세 가지 방법으로 먹을 수 있었던 닭 요리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한국적인 맛이었다.
관광지의 맛이라는 게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외국인의 입맛에도 맞춰져 있다고는 하지만, 놀랍도록 한국의 맛과 비슷했다. 가까이 있는 나라라 식문화도 비슷하게 발달한 것이 맞지만, 이 정도는 한국에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맛이었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점심까지 먹고 아키코와 작별했다.
나중에 한국에 올 일이 있다면 그때는 내가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하고 나고야 역을 출발했다.
나고야 역에서 공항까지는 급행을 타고 가기로 했다.
저녁 비행기였지만 빨리 가서 회사나, 가족들에게 가지고 갈 선물들도 사고, 쉴 수 있다면 의자에서 쉬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잠시 기다린 후 도착한 열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여러 가지로 저번 무계획 여행보다 알차고 재미있는 힐링 여행이었다.
더운 날씨에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여행 가는 것은 힘들긴 했지만 재미있기도 했고, 좋은 사진들도 많이 찍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여행은 생각만 하게 돼도 즐겁고, 실제로 떠나게 되면 더욱 재미있다.
여행은 가기 전이 가장 즐겁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이번 여행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모든 여행지가 즐거웠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또한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마 다음에도 일본 무계획 여행을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구는 무계획이 가성비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내가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가성비보다는 모험이 목적이었으니 가성비는 나에게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모험을 하기 위해서는 계획된 시간표가 아닌 걸을 수 있는 체력과 귀차니즘을 극복할 성실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