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3
사무실 앞 도서관에서 책을 한 권 빌려왔다. 얼마 전 읽은 김겨울 작가의 '책의 말들'의 한 에피소드에 언급되었던 책인데 대출 중이어서 도서관 관심도서 목록에 저장해 놓았다가 오늘에서야...
책의 들어가는 말에 '개가제' 도서관이라는 말이 나왔다. 반대말은 '폐가제'일 것이고... 사전을 찾아보니 "도서관에서 열람자가 원하는 책을 자유로이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운영 제도"라고 되어있었다. 지금 형태의 도서관 모습이 갖춰진 게 그리 오래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처음 구립도서관에 갔던 게 90년대 초반이었는데 그때는 이미 개가제 도서관이었으니 그전 세대에 세상에 살던 분들은 도대체 얼마나 답답한 세상에 사셨던 게야...
말뜻이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開架制. 열개 시렁가 지을제.
시렁? 시렁이 뭐지?
검색해서 사진을 보니 우리가 주방이나 거실에서 흔히 보는 간이 선반의 모양임을 알게 되었다. 예전 한옥에서 많이 사용한 그 녀석... 난 그동안 '시렁'이라는 말도 모르고 살았구나 싶어서 조금은 부끄러웠다. 궁시렁거리기나 했지... 이 말도 표준어는 구시렁거린다라지...
한자어를 보니 더할가 자와 나무목 자가 결합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초중고에서 한자를 배웠던 세대라 이 정도 기초 한자는 알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이미지와 결합해서 보니 이제 시렁의 뜻과 시렁가(架) 자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어서 책을 읽어 나갔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는 이런 일화가 나온다.
북미도서관의 참고봉사 데스크에는 '물음표'가 상징처럼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는 세상의 모든 질문에 길을 찾아 주려고 대기 중인 사서 선생님들이 앉아 계신다. 질문이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만이 가진 특권. 동네 도서관에서 조카와 나는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질문의 답을 찾는 길을 안내받았다.
동생 집 뒤뜰에 열린 열매의 정체는 야생 살구로 밝혀졌다. 종종 살구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지금 우리 동네 도서관은 조카의 질문 같은 것들을 진지하게 받아주는 곳일까? 잘 모르겠다. 또 다른 생각도 한다. 나는 쭈뼛하지 않고 세상에 질문을 던질 용기가 있는 사람일까? 이 역시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 질문을 진지하게 듣고 함께 길을 찾는 도서관이 동네에 하나쯤 있다면 신약 개발가지 할 깜냥은 못되더라도 질문을 더 잘 꺼낼 수는 있으리라는 점이다.
질문의 답을 찾는 방법이 인터넷 단 하나만 있는 세상이 오진 않았으면 좋겠다. 답을 찾는 다채로운 과정이 우리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줄지 모르니까.
<도서관 여행하는 법> (임윤희, 유유)
너무 멋진 말 아닌가? 질문이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만이 가진 특권이라니...
오십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도 다행히 호기심이라는 것이 남아 있었고 쭈뼛하지 않고 네이놈에게 질문을 던진결과 나는 시렁과 시렁가(架)를 알게 되었다. 그동안 몰랐으면 어때? 오늘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그럼 된 거지...
나 오늘 참 잘했어요. (싱어게인 3 임재범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