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아시시
#003. Italy.Rome.Assisi_day3
오늘은 잠시 로마를 벗어나 떼르미니에서 기차를 타고 아시시로 간다. 아침 7시에 숙소를 나와서 떼르미니까지 걸어서 15분.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왼쪽으로 가도 우리 숙소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도 우리 숙고가 나오는 일종의 선택의 기로인데 내가 참 좋아했던 스폿이다. 오른쪽 골목으로 가면 스타 밥스라는 한인 식당도 나온다. 난 오른쪽으로 돌아서 가는 골목길을 더 좋아한다.
떼르미니의 분위기는 참 묘하다. 그리고 정말 크다. 로마에서 이제 '크다'라는 수식어가 조금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여긴 뭐 다 크니...
아시시로 가는 열차는 일종의 장항선 같은 느낌인데 타는 플랫폼이 엄청 멀리 있어서 떼르미니 도착해서 10분은 걸어야 한다. coop에서 생수 2통을 사고 그래도 잘 찾아서 열차에 탑승했다. 아시시는 로마에 있을 때 꼭 가보고 싶던 곳이라 열차표를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왔다. 무조건 가겠다는 의미였다.
플랫폼에도 친절하게 놓여있는 재떨이. 타기 전에 한대 피고 내리자 마다 담배부터 무는 이탈리아 사람들이다. 이게 우리가 타고 갈 열차다. 떼르미니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2 est 플랫폼. 아시시 가는 열차는 늘 이곳에서 타는 듯하다.
우리나라 무궁화호 정도 수준의 열차인데 의자도 나름 괜찮다. 서양인들 키가 커서 그런지 의자 등받이가 이렇게 높은 것이 인상적이다.
떼르미니에서 아시시까지는 기차로 2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중간에 열차 장비 이상으로 약 40분간 철도 위에 대기하고 있던 탓에 약 3시간 걸려 아시시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행이란 늘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순간의 연속 아니겠는가.
아시시 역이다. 작은 시골마을의 기차역답게 한 없이 고요하고 아담하다. 이 곳에서는 어떤 범죄도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이 평화롭다. 역사 안의 풍경이 이를 잘 말해준다.
지리적으로 로마보다 약간 북쪽에 있어서 그런지 로마보다 날씨가 쌀쌀하다. 로마의 따뜻했던 날씨 탓에 방심했다. 조금 더 두꺼운 옷을 입었으면 좋았을 것을... 해라도 났으면 좀 나았을 텐데 흐린 하늘 탓에 조금 춥기까지 하다. 뭐 어쩌겠는가?
추위를 달래기 위해 역사 내에 있는 매점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과 크루아상 흡입. 매점 크루아상과 에스프레소도 맛있다. 이탈리아에서 Bar라고 쓰여있는 곳은 보통 커피와 크루아상을 먹을 수 있는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한다. 마을로 올라가는 버스 티켓도 이곳에서 구입했다.
기차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맥도널드 앞에 있는 버스역. 블로그에서 이 역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알려줬는데 나중에 버스 도는 노선을 보니 역 바로 앞에서 타면 되었던 것을. 뻘짓했다. 블로그의 글들은 그냥 참고만 할 뿐. 바이블은 아니다.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올라갔다. 아시시는 버스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구경하는 코스다.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심지어 마을버스도 벤츠다. 아기자기하고 조용한 동네 마을.
아시시에서 가장 높은 로카 마조레(Rocca Maggiore)에서 부터 아시시의 일정을 시작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는데 구글맵이 잠깐 방향감각을 잃었는지 우리를 엉뚱한 곳으로 안내해서 본의 아니게 트래킹을 좀 하게 되었다. 중간에 아무래도 분위기가 좀 이상해서 '얘들아 이 산이 아닌개벼~~ ' 다시 출발지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저 언덕에 보이는 로카 마조레(Rocca Maggiore). 덕분에 아시시에서 관광객들이 아무도 가지 않는 그 길을 나는 걸었다.
덕분에 운동 잘하고 마을 입구로 접어들었다. 이탈리아에 와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거지만 집집마다 화분을 참 잘 가꾼 모습들이 모기 좋다. 승용차뿐 아니라 화물 이동용으로 사용하는 작은 차들도 무척 귀엽고 실용적으로 보였다.
아시시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로카 마조레(Rocca Maggiore). 요새로 사용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마을버스를 내려서 이곳까지 오는 길은 오르막 길이 많다. 관광객들 대부분 여기를 잘 들르지 않고 바로 마을로 내려가는데 이곳에 올라오면 아시시의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정상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길은 볼거리가 참 많다.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를 지나 코뮤네 광장까지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행복한 풍경들.
코뮤네 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우리는 좁은 골목골목을 지나 이곳에 도착했다.
아시시 여행 후기에서 가장 많이 본 사진이 이 곳이 아닐까 한다. 성 프란체스코 성당(Basilica di San Francesco d'Assisi). 멀리서 보면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서 보면 실로 웅장하다. 성지순례의 코스로 신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성당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과 거대한 광장의 스케일이 압도적이다.
내려갔을 때와 반대편 길로 다시 올라갔다. 아시시는 골목골목이 주는 풍경이 가장 큰 볼거리다. 정말 이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관광객이 없다면 사람이 사는 마을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돌아다니다 보니 갑자기 허기져서 다시 코뮤네 광장 근처로 와서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아무거나 시켜서 허기를 달랬다. 덕분에 거의 간을 맛보기도 했다.
여유있는 아시시 마을 산책을 마치고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로 삼은 곳은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 (Santa Maria degli Angeli). 이곳 은 아시시 역 뒤편에 있는데 관광객 대부분이 정상 주변만 구경해서 잘 찾지 않는 곳인데 멋짐 폭발하는 곳이다. 굳이 이 성당의 역사적 의미는 설명하지 않도록 하겠다.
다시 아시시 역으로 돌아와서 로마로 돌아오는 열차를 기다린다. 텅 빈 대합실의 풍경이 아시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하다.
18:27 아시시에서 기차를 타고 20:35에 우리는 로마 떼르미니에 도착했다.
아시시는 그 어디 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조용하고 평화롭고 오래되었지만 깨끗하고 단정한 너무나도 멋진 마을. 자꾸만 과거 어느 시점에 내가 이곳에 있었던 기억이 하나둘씩 떠오르는 말도 안 되는 기분까지 들게 했던 내 맘에 쏙 들었던 그런 곳. 광장을 뛰어다니는 아이, 쉬야하다 나에게 딱 걸린 멍뭉이, 배달 온 식자재를 맞이하는 식당 주인,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연인 그리고 수학여행을 온 단체 관람객까지... 사람들의 모습이 유난히도 아름다웠던 그런 날이었다.
내일은 드디어 바티칸 투어가 있는 날. 새벽부터 분주할 것 같다. 빡빡한 스케줄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 본의 아니게 초반 레이스가 좀 빡시다. 내일 오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좀 쉬어야겠다.
이곳은 밤 11시 한국은 새벽 6시겠네...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든다.
이 글은 이탈리아에서의 보름간의 개인적인 가족 여행 기록입니다. 여행 정보 전달을 위해서도, 맛집을 소개하기 위해서 쓴 글도 아닙니다. 제가 느낀 이탈리아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하루하루 기록한 개인 일기장입니다. 여행 전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그냥 가던 길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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