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베르나베우와 광화문 광장의 온도차
2026년 3월, 서울 광화문 광장은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 열기로 뜨거웠다.
하지만 그 열기만큼이나 매서웠던 것은
정부의 암표 단속이었다.
문체부는 강력한 암표근절 의지를 밝히며
이번 공연에서 암표 의심 사례를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반면 스페인 축구의 성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는
구단이 직접 운영하는 공식 플랫폼을 통해
티켓을 되파는 행위가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필자는 레알마드리드의 시스템 덕분에
2017년 유럽여행 중 인생에 다시없을(아직도 없는)
스포츠이벤트 경기를 관람하는 기회를 얻었다.
레알마드리드와 뮌헨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직관하는,
여행자로서 최고의 행운을 누린 것이다.
비록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하나님석*‘이었지만,
(* 공연, 경기관람 시 최고층 먼 좌석을 일컫는 용어)
레알의 승리와 함께
호날두의 헤트트릭까지 현장에서 맨눈으로 보았고,
본래가격보다 세네 배 비싼 티켓을 샀다는 것에
아무런 유감이나 후회도 없었다.
왜 한쪽은 암표상을 체포하고,
다른 한쪽은 리셀을 제도화하고 있을까?
어떤 방법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걸까?
1. 왜 기획사는 가격을 낮게 책정할까?
스포츠나 공연 티켓은 공급이 완전히 고정된 재화다.
경기장 좌석 수는 정해져 있고
수요가 폭급해도 당장 늘릴 수 없다.
그런데도 기획사는 왜 가격을 수요에 따르는
시장 원리에만 맡기지 않고 낮은 액면가를 유지할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단순한 몇 가지를 꼽자면
‘팬들에 대한 예우'와
‘브랜드 가치'라는 전략이 결합된 결과일 것이다.
가격이 너무 높으면 대중적 팬덤이 무너질 수 있고,
미약한 팬덤은 스타의 가치 하락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 암표상의 전략: '완전가격차별'과 소비자 잉여 약탈
암표 시장이 형성되는 이유는
이처럼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된 가격과
실질적인 시장 가치 사이의 괴리 때문이다.
암표상은 소비자 한 명 한 명이 낼 수 있는
최대 금액을 파악해 가격을 매기는
완전가격차별(1차 가격차별)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다.
원래라면 팬들이 누려야 할 즐거움(소비자 잉여)을
암표상이 자신의 수익으로 몽땅 가져가 버리는 셈이다.
3. 암표가 나쁜 경제학적 이유: '지대 추구'와 사중손실
일부에서는 암표가
“표를 가장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소비가치(효용)에 맞게 구매토록 하니 효율적"
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암표는
심각한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을 낳는다.
암표상들이 표를 선점하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대리인을 고용하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아무런 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지대 추구(Rent-seeking) 활동이기 때문이다.
한 경제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암표 리셀로 얻는 배분 효율의 이득 중
약 1/3은 이러한 비생산적인 자원 낭비와
거래 비용 때문에 사라져 버린다.
4. 두 가지 해법:
한국의 '강력한 규제' vs 스페인의 '시스템 관리'
• 한국: 2026년 개정된 공연법은
매크로 사용과 상관없이 모든 암표 거래를 금지한다.
적발 시 판매 금액의 최대 50배를 과징금으로 물리고,
신고 포상제(건당 최대 200만 원)를 통해
대중의 자발적 감시를 유도한다.
불법 사이트에 대한 '긴급 차단제'까지 도입해
암표상의 기대 수익을 꺾어버리는 방식이다.
•스페인(레알 마드리드 사례):
‘세시온 데 아보노(Cesión de abono)'라는
재판매 시스템을 운영한다.
못 가는 경기가 생긴 시즌권자가
좌석을 구단에 돌려주면,
구단이 이를 공식적으로 재판매하는 것이다.
리셀러의 폭리를 막으면서도
좌석이 필요한 팬에게 안전하게 전달되도록 하여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하는 모델이다.
5. 결론: 효율과 정의의 사이에서
암표 문제는 결국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공정하게 배분하느냐의 문제다.
한국은 강력한 처벌로 시장 질서를 바로잡으려 하고,
스페인은 거래제도의 유동성을 통해
시장의 마찰을 줄이려 한다.
문화, 예술, 스포츠 이벤트가 가진 본연의 가치가
자본의 논리에만 휘둘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
이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은 무엇일까?
[경제학 돋보기]
•완전가격차별: 판매자가 각 소비자가 지불할 수 있는 최대 가격을 정확히 받아내어 소비자 잉여를 모두 가로채는 방식
•지대 추구: 생산적인 활동 대신 이미 있는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자원을 낭비하는 행위(예: 매크로 전쟁).
•사중손실: 시장의 비효율로 인해 사회 전체의 이익이 증발해 버리는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