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가 가려버린 축제의 장
1948년 런던 올림픽 당시,
BBC는 중계권을 단돈 1,000기니
(현재 가치 약 3,000달러)에 사들였다.
당시 중계는 TV 보급을 위한 공익적 서비스였고,
올림픽은 누구나 숨 쉬듯 즐길 수 있는
‘공공재(Public Goods)’였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전 세계 올림픽 중계권 시장은
6조 원(약 46억 달러) 규모의
거대 자본 전장으로 변모했다.
세계인의 축제는 자본이 짜놓은
견고한 '액자' 속에 갇혀버렸다.
경제학적으로 이 변화는
올림픽 중계가 공공재에서
‘클럽재(Club Goods)’로 이행했음을 의미한다.
공공재는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소비에서 배제되지 않지만,
클럽재는 유료 채널처럼
구독료라는 ‘가입비’를 낸 회원만이
그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재화다.
최근 ‘하는줄도 몰랐던‘ 동계올림픽으로
논란이 된 JTBC의 올림픽 중계권 독점은
이러한 지각변동을 상징한다.
과거 지상파 3사가
‘코리아풀(Korea Pool)’을 통해 협상하던 방식은
구매자들이 담합하여 가격을 낮게 유지하던
‘수요자 독점(Monopsony)’ 구조였다.
그러나 JTBC가 이 카르텔을 깨뜨리며
시장은 단 한 명의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Winner-take-all)’의 구조로 변모했다.
문제는 이 '액자'를 선점하기 위해 지불한 대가가
시청자의 경험 혁신 대신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입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시장 가치를 상회하는
무리한 비용을 지불한 승자는,
매몰비용을 회수하느라 정작 중계 퀄리티 개선이나
홍보 투자에는 인색해질 수밖에 없다.
비싼 임대료를 내느라
메뉴 개발을 뒷전으로 미루는 식당처럼,
중계권이라는 입장권을 사는 데
재원을 쏟아부은 결과
정작 무대를 꾸밀 생산적 투자는 실종된 것이다.
이 구조적 모순은 2026년 동계올림픽 중계의
‘지상파 블랙아웃’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독점 공급자인 JTBC와
구매자인 지상파 3사 사이에서
전형적인 ‘홀드업 문제(Hold-up Problem)’가
발생한 것이다.
JTBC는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높은 재판매가를 고수하며 상대를 압박했고,
지상파는 보편적 시청권을 방패 삼아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버텼다.
양측의 전략적 교착 상태는
결국 협상 결렬로 이어졌고,
국민은 익숙한 채널에서 성화를 볼 권리를 상실했다.
플랫폼의 폐쇄성은 스포츠이벤트 콘텐츠의
긍정적 외부효과(Positive Externality)마저 차단했다.
누구나 볼 수 있을 때 폭발하는
전 국민적 열광과 그로 인한 광고 효과가
독점이라는 벽에 막혀 고립된 것이다.
올림픽의 성화는 입장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유료 오페라하우스 안에서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액자 속 무대가
그 입장료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지,
그리고 그 무대를 유지하기 위해 치르는
‘블랙아웃’이라는 대가가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보편적 시청권은 개념적 차원의 권리가 아니다.
그것은 콘텐츠가 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소비될 수 있는 '광장'을 유지하는
경제적 지혜이기도 하다.
[경제학 돋보기] ‘홀드업 문제'로 들여다보기
올림픽 독점 중계권자가
지상파 방송사와 협상을 벌이다
끝내 '지상파 블랙아웃'이라는 파국을 맞이한 현상은 ‘홀드업 문제(Hold-up Problem)'의 전형.
홀드업 문제란 무엇일까?
두 당사자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투자를 한 뒤,
한쪽이 그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불리한 협상을 강요하는 '발목 잡기' 현상
1. 발생 원인: 이미 쏟아부은 돈(매몰비용)
홀드업 문제는 어느 한쪽이 특정 거래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먼저 투입했을 때 발생한다.
JTBC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중계권료를
이미 지불(매몰비용)한 상태였고,
이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상파라는 대형 구매자가 필요했다.
2. 전략적 교착 : 왜 협상이 결렬되었을까?
• 판매자(JTBC): “이미 거액을 썼으니,
비싼 값에 사지 않으면 중계권을 넘길 수 없다"며
높은 가격을 고수
• 구매자(지상파): "우리가 안 사주면
당신네 적자만 커질 텐데, 보편적 시청권(명분)을
고려해 헐값에 넘겨라"며 버티기
3. 결과 : 사회적 최저점
서로가 상대의 약점(매몰비용과 플랫폼 파급력)을
붙잡고 자기 몫을 챙기려다
협상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그 결과, 방송사는 광고 수익을 놓치고
국민은 시청권을 박탈당하는
사회적 최저점의 결과인 ‘블랙아웃'에 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