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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에 쓰지 않는 첫 직장이야기' Epilogue

심플리파이어 라이프


1.

연재를 하는 동안 25년 전으로 타임리프를 한 느낌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대표가 따라준 소주를  벌컥 벌컷 원샷을 한 다음 날 아침처럼 숙취가 느껴진다.



2.

그 회사를 퇴사한 몇 년 뒤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형~ ***대표 아시죠? 그분 어떤 분이에요?”


“로봇월드컵 리그 같이 하자고 컨택이 와서 윗 분과 미팅 했는데… 너무 사기꾼 같이 허황된 얘기를 해서 힘들었어요.”



3.

그로부터 몇 년뒤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임원이 된 후 꽤 많은 이력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중에는 내가 이력서에 쓰지 않는 회사의 기획자 선배의 이력서도, 그 뒤의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디자인 팀장의 이력서도 보게 되었다.


이력서를 통해 그 간의 삶을 알 수 있게 되어 반가웠지만, 회사가 원하는 포지션에 맞지 않아 만나지는 못했다. 아마 그들도 나랑 일하는 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4.

전 날 삼겹살집의 소주와 노래방에서의 맥주로 머리는 띵하지만, 마지막 출근은 아름답게 마무리해야겠기에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지하철로 향했다.


삼성동까지 가는 동안 '대표가 문제가 있는 게 맞겠지?', '혹시 내가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사무실에서 짐을 싸고, 짧지만 같이 일해던 분들에게 한 분 한 분 머리를 숙이고 꾸벅꾸벅 인사를 했다. 회사생활 동안 한 번도 제대로 얘기를 못 나눴던 여성 경영관리실장님의 인사말이 복잡한 나의 머릿속을 깔끔하게 만들어줬다.


“어디를 가든 여기보단 나을 거야~”


그분의 말은 진심이었다.



5.

그 뒤로 나는 알게되었다... 우리는 모두 진심으로 살고 있다.


다만 자신의 가치의 나침반이 가르치는 방향과 파도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도착지가 달라졌을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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