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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에 쓰지 않는 첫 직장이야기' 7편

심플리파이어 라이프


3달을 달렸다.


이미 두 달 전에 기획서는 디자인과 개발팀으로 넘어갔다. 개발팀이 개발을 하면서 문의하는 사항을 답변하고 회의를 통해 정책을 보강을 했다. 그리고 출시를 위한 준비작업을 했다.


개발팀이 야근을 하니, 초보기획자였던 나는 하나의 팀으로써의 의리로 저녁도 같이 먹고, 더 늦을 때는 2, 3평 공간을 열십자로 나눈 4칸의 공간에서 잠도 같이 잤다. 그러다 막바지가 되니 그 열십자 공간도 잘 자리가 없어서 몇몇은 자기 의자에서 파카를 덮고 잠을 청했다.


1월 초가 출시 목표인지라 크리스마스이브도 사무실에서 밤을 지새우고, 새벽에 쪽잠을 잔 후 다음 날 아침을 먹으러 사무실 밖을 나섰다. 눈이 새하얗게 세상을 덮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밥 먹으러 가는데 신발이 젖고 길이 미끄러운 아침일 뿐이었다.


12월 말 최종 리뷰 시간이 되었다. 개발 경력이 1~3년 밖에 안 되는 개발자들은 기대와 달리 3개월 만에 스타크래프트 배틀넷 서비스에 버금가는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만들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역시나 이게 버그인지, 기능 미구현 상태인지 구분도 어려울 정도로 엉망인 상태였다.


내가 싸움닭 같던 개발자들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초보기획자인 내가 봐도 글로벌 수준의 배틀넷 플랫폼을 1~3년 차 개발자들이 2~3달 만에 만들어내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프로젝트 시작 때 우리 팀들은 불가능한 기간이라고 얘기했고, 본부장들은 알고 있으니 최선을 다 해달라고만 했다. 그러나 대표는 불과 같이 화를 냈다. 아마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아이템이었고 본부장들에게는 어떻게든 해내라고 한 것 같았다.


대표와 본부장들이 회의를 하더니, 결론이 나왔다. 중간에 들어왔던 팀장을 내보내는 것으로… 아마도 프로덕트팀이 일정을 맞추지 못한 문책성 인사로 보였다.


팀장이 우리를 모아놓고, 아쉽게 되었지만 자기가 나가게 되었다고… 우리는 남아서 자기가 못한 것들을 성공시켜 달라고 했다. 우리 모두… 팀장이 잘 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왜 나가냐고 했다. 팀장이 나가는 거면 우리 도 나가겠다고…


이 얘기는 대표의 귀에 들어갔고… 대표는 예상과는 다른 반응에 긴급하게 우리들을 불러모았다.



다음 이야기는 8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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