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는 우리 집 중재자
"꽥!"
오리가 우는 소리가 아니다.
내가 아이들한테 내지르는 소리다.
오리흉내 내는 나를 보며 봄이가 나선다.
다섯 살 봄이는 우리 집 '중재자'이다.
"아빠 친절하게 말하세요"
더 이상 오리 소리를 낼 수가 없다.
봄이 말이 다 맞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나는 참다 참다 또 화를 냈다.
그때도 봄이가 와서 말한다.
"아빠 친절하게 말하세요"
"화내는 건 금지예요"
"아빠가 화를 내면 내가 머리가 다 아파.
아빠도 생각해야지 여름이도 생각해야지
엄마도 생각해야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니 어디서 이런 말을 배워 오는 거지?
웃을 상황이 아니라 꾹 참아가며 나도 대꾸한다.
"아빠가 너무 화가 나서 그래. 참다 참다.."
"아빠도 화가 날 수도 있는 거지.."
그럼 봄이가 말한다.
"아빠가 화내는 게 중요해요 봄이가 속상한 게 중요해요?"
"여름이 옷 입히는 게 중요해요 여름이가 중요해요?"
흠... 왜 나는 봄이만도 못한 것인가..,
화가 날 때 떠올려 보자. 무엇이 중요한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