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시작했다.
시작이라는 말도 부끄러운 정도로 왕왕초보다.
요가는 버킷리스트 다섯번째 안에 들어있는 일 중 하나였다.
그러나 약 10년 전 요가학원을 1년치 호기롭게 등록하고 두 달을 채 못 마친 기억 때문인지 내 몫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던 요가를 이번 달에 시작했다.
하타요가.
집 주변에 새롭게 오픈한 요가원에 친구따라 갔다가 맑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선생님의 포스에 믿음이 가서 덜컥 등록을 했다.
하타요가가 뭔지도 모르고, 요가 매트도 없으면서 말이다.
첫 수업은 다행이 초보자들이 많이 와서 거의 몸을 풀어주고 지탱하는 기본적인 동작 위주로 하셨다.
그럼에도 수업하는 동안 온 몸이 당기고, 부들부들거리고, 선생님 마칠 동작을 안내하실 때만 간절히 기다리고, 더 나아가 산스크리트어가 낯설다 못해 못 알아들어 두리면거리면서 동작을 더듬거리며 따라갔다.
드디어 세번째 수업은 내가 이방인같은 수업이었다.
즉, 수업 참여하신 분들이 거의 고수 분들이셨다.
선생님은 투트랙으로 수업을 하셨다.
'**님(나)은 이번 동작은 쉬세요.하면 나는 한숨 돌리면서 다른 분들이 하는 기묘한 동작을 부럽게 바라보았다.
물론 선생님은 나에게 맞는 미션을 곧바로 주시기에 마냥 쉴 수 만은 없었지만 말이다.
나무 자세는 모든 수강생들이 함께 했다.
와. 정말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
어찌 한 순간도 내 마음대로 안 움직여주는지 야속하기까지 했다.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약식 자세로 겨우겨우 설 수 있었다.
한 다리로 서고 합장한 두 손을 머리까지 올려주는거다.
흔들흔들...
몇 초의 순간이지만 중심이 잡히기도 했다.
무너지는 순간 선생님께서 한 말씀을 하신다.
"생각이 들어오는 순간 중심은 흐트러집니다."
와. 이 말이 정답이다.
생각. 나는 왜 못할까? 이렇게 힘든걸 왜하지? 언제 잘할 수 있을까? 집에 갈 때 추울까? 집에 가서 뭘해야 하지? 등등의 생각이 정말 찰나에 가득하다. 그럼 영락없이 몸이 흔들거리는거다.
다시 돌아보자.
내가 잠시라도 중심을 잡았던 순간은 아무 생각없이 몸의 느낌만 바라보며 아랫배에 힘 딱 주고, 발바닥, 발가락에 힘 딱 주었을 때다.
나는 거꾸로 살아왔다.
내 몸의 중심을 잡는 아랫배, 든든하게 버터야 하는 발은 힘 빼고 헐렁헐렁하게 내버려 두었고,
맑은 머리여야 하는 곳은 오만가지 생각을 담아두었다.
그러니 이말 저말에 흔들리고, 스트레스, 각종 자잘한 통증과 저질 체력으로 허걱거리며 사는거다.
이제 한 번 반대로 해보자.
마음이 뭉쳐버리게 만드는 생각은 강물처럼 흘려 보내고,
그와 동시에 몸은 쭉쭉 늘리면서, 숨을 깊이 쉬어보는거다.
웅크리고 엄한 곳에 힘 주었던 몸을 풀어보는거다.
허리 펴고, 어깨 힘 빼고, 가슴 열고, 그러면서도 가장 중심인 아랫배에 힘 딱 주는거다.
어쩐지 모를 든든함이 차올랐다.
요가는 아직 입문도 못한 요린이 중의 요린이지만,
요가가 주는 아우라에 이미 홀딱 반해버렸다.
오늘은 이만 끄적거리고 뭉친 마음을 매트 위에서 풀어놓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