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윌 대표 Oct 22. 2021

언제쯤 어른이 될까?

나는 겉보기에는 정상이다. 그러나 참을성이 7살 아이보다도 없다.

나는 겉보기에는 정상이다. 그러나 참을성이 7살 아이보다도 없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급하게 누르다 잠금 처리시킨다. 엘리베이터 속도도 못 견뎌 매번 비상계단으로 외출한다.


3년간 은행 계좌도  만들었다.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한 번거로움을 참지 못해서였다.


비밀번호 누르는 5, 엘리베이터 올라오는 10. 공인인증서를 설치하는 30. 그걸 못 참았다.


현대인의 집중시간이 짧아졌다고는 했지만 나는 좀 심각했다. 넷플릭스를 보더라도 스킵 버튼을 수십 번씩 눌렀다. 샤워를 하면서도 유튜브를 봤고, 졸려도 꼭 무언가를 틀어놓고 잤다.


부모가 아기에게 뽀로로를 틀어주듯이, 나 자신에게 항상 무언가 할 일을 주어야 했다. 틈날 때마다 몸을 좌우로 흔들거나 어정쩡하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췄다. ‘제발 가만히 있어달라’는 친구들의 말은 매 만남의 고정 멘트가 됐다.


한마디로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이 남들에 비해 현격히 떨어졌다. 직장 근속 기간도 짧고, 연애 기간도 짧고, 한 곳에 머무는 일도 적었다. 청소도, 은행 어플을 까는 일도, 세금을 납부하는 일도 혼자 하지 못했다.


서른 어른이 다 되어가는 판에 그 간단한 일들이 왜 이리 어려웠던 것인지. 통상 필요한 일은 지루한 법인 걸 알면서도 그걸 잘 견디지 못했다.


남들 다하는 건데 나는 왜 못하는지, 그런 의문 속에 삶을 살아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