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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 대표 Oct 22. 2021

이렇게 심각한 병인데 왜 가볍게 생각했지

스스로 목숨을 끊을 확률도 일반인보다 3배에서 6배가량 높았다.

솔직히 나쁘지만은 않았다.


다양한 일에 관심을 가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었다.


오늘은 양자역학을, 내일은 피아노를, 모래는 축구를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심지어 성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과제로 삼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을 때, 나는 오히려 특출 났다.


대다수 ADHD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일 테지만 좋아하는 일이라면 밥 한 끼 안 먹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동기부여만 된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일을 해내고 말았다.


 같은 특성은 성과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됐다.


학업적으로꾸준히 성취를 뤄왔고,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기구와 방송사에 취직해 일을 하기도 했다.


그리 대단한 성취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ADHD 환자가 일반인만큼 크고 다양한 일을 해낼  있다는 예시로써 적합한 무수히 많은 사례  하나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ADHD 경향이 있었다고 알려진  게이츠, 리처드 브랜슨, 저스틴 팀버레이크, 다빈치,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등까지 모두 인생으로써 같은 명제를 증명했다.


이들의 성과는 모두 끝없는 무기력과 신선한 자극을 찾으려는 욕구. 호기심과 담대함.


이어 다채롭고, 신선하고, 광적인 노력 끝에 탄생했다.


ADHD는 내게 성격, 친구관계, 직업, 취미까지 아주 많은 것들을 다듬어준 존재이며 앞으로 내가 이룰지도 모르는 위대한 성취의 원천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심각하다.


처음에는 가볍게만 생각했으나 통계적으로 ADHD 환자의 범죄율, 사고율 등은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확률도 일반인보다 3배에서 6배가량 높았다.


순간 ‘아, 이렇게 사느니 죽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과거 경험들이 떠올랐다.


교통사고에 휘말릴 가능성은 일반 성인에 비해 54%나 높았다.


충동 억제가 안돼서 가정폭력, 방화, 살인 등 끔찍한 범죄에 자주 휘말리기도 했다.


가끔 관련해 미국 교도소 수감자와 범죄 관련 논문을 찾아볼 일이 생기는데 다수가 ADHD를 겪었거나,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이는 ADHD의 증상 또는 특성이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것을 넘어 사랑하는 이들과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괜찮다’고 하는 것을 넘어, ‘남들이 괜찮다’고 하는 수준까지 나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나는 이와 같이 범죄와 연관된 통계가 일반화된 인식으로 자리잡지 않기를 기도하는 사람이지만 - 동시에 그러한 인식이 왜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나 조차도 확신이 없을 때가 종종 있다.


정말 화가 많이 나기도 하고. 참을성이 없는 데다가. 도덕적 인식마저 부족해서 언제 교도소에 가게 될지도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위대한 성취의 원천’이라느니 ‘천재가 되는 병’이라느니 하는 낭만을 곱씹을 수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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