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일어나서 무한도전을 보고, 맛있는 것만 먹었다.
한병철의 '피로사회'는 내가 저자 이름과 책 이름을 동시에 외우는 몇 안 되는 저서다.
주요 내용은 '사람들이 너무 피곤하게 산다'는 것이었다.
그는 푸코의 '자기 착취'라는 개념을 많이 인용했다.
저자는 한 인터뷰를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의 영악함은 생산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는 대신 자기 스스로를 착취하게 만들었다”며 “‘뭐든 할 수 있다’ 등 긍정의 과잉이 지금 시대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나는 어쩌다 그것이 나의 삶이 당착 한 모순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피곤한 것이 너무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노력을 그만두었던 적이 있다.
당시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떠나왔다.
그리고 이후 1년 가까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일어나서 무한도전을 보고, 빅뱅이론을 보고, 유튜브를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잠에 드는 것이 1년 가까이 반복됐다.
행복했을까?
놀랍게도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순간들 중 하나였다.
기관차가 달리지 못하고 역사 한편에 방치되어 있다면 그것은 휴식일까.
집중할 것을 찾지 못하고 짧은 자극들로 세월을 채워 넣던 그때의 나는 너무도 어지럽고 불행한 삶을 살았다.
얼마나 불행했느냐 하면 나보다 불행한 이들의 이야기를 찾아서 읽지 않으면 하루가 비참해졌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 이야기. 부도가 나서 죽고 싶었던 사람들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으면 내 삶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져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조건 쉬는 것이. 노는 것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음을 알았다.
다시 직장에 취직을 하고 무언가에 열정을 쏟으며 사는 삶을 되찾고 나서야 깨달았다.
ADHD에게 피로사회는 필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말이다.
피곤하게 인생을 견뎌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에게 새로운 과제를 주고, 규칙적으로 임무를 시행하며, 그것을 해냄으로서 얻는 작은 엔도르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