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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 대표 Oct 22. 2021

번거롭더라도 바뀌어야지

때때로 나의 행복이 주변의 행복과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다.


무엇이든 다 배운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나는 떠났다.


직장도, 연애도, 친구도 그랬다.


그렇게 의미 없이 사람들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기적이라거나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남몰래 소시오패스의 특징들을 알아보고는 소스라치기도 했다.


남들을 조종하거나, 나의 이익을 위해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공감 능력이나 도덕적 기준이 남들과 다른 것은 맞았다.


예를 들면 잠수를 타는 것. 자주 애인을 바꾸는 것.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에 들어가는 것.


그런 것들이 많았다.


ADHD를 알게 된 이후에는 학습과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그러한 결함들을 개선하려 노력했다.


의식적으로 나의 몸과 호르몬 변화에 대한 더 포괄적인 해석을 하려고 해 본 것이다.


그 노력의 일종으로 논문을 많이 읽었는데 문제가 마냥 '지루한 것을 못 견디는 성향'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전전두엽의 집행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서는 나의 결함이 호르몬 치료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나는 걱정이 많았다.


가족과 친구들을 두고 전 세계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거나, 결혼이 주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바람을 피운다거나, 일만 많이 벌려놓고 끝내 지를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참 서글플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ADHD를 알고 시야를 넓히니 꼭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이 생겼다.


병이라고 인식조차 못했던 병을 자세히 알게 되고, 그것에 대한 치료법까지 존재한다는 희망이 생겼다.


이보다 큰 선물이 어딨겠는가.


치료가 아닌 인지만으로도 더 나은 삶을 꾸릴 수 있다니 말이다.


ADHD가 마냥 이기적인 성격과 성적 문란, 가정 파탄만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배우자나 가족을 만난다면 여행가, 사업가 등 다양한 방면으로 흥미로운 삶을 건설해낼 수 있다.


매 순간을 재밌고 흥미로운 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동기를 안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때때로 나의 행복이 주변의 행복과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다.


ADHD는 특히 그런 경향이 있던 것 같다.


나는 몸을 계속 비꼬고 움직여야 행복했지만, 내 주변인은 나를 창피해했다. 나는 당장에 하고 싶은 일은 해야만 했지만, 동료들은 시작한 일이나 잘 끝내 달라고 애원했다.


나 좋은 방향으로만 살 수는 없었다.


자신을 사회와 가족이 이해해주기 전까지는 아마 절제하고, 바꾸어야 하는 경향들이 분명 있다.


내가 당장 가족을 떠나 여행만 다니면서 내일이 없다는 듯 돈을 축낼 수 있음에도 지루한 직장에 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 우리는 모두 사회에 적응해 자신을 바꿔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번거롭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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