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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심 Jun 30. 2023

성장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다섯 번째 회사 출근 3시간 전

'결정적인 순간에 눈 딱 감고 일 저지르기'가 특기 중 하나인 바람에 주변에서는 용기 부족으로 못 한다는 퇴사를, 그것도 입사 진입장벽이 낮지 않았던 기업들을 나는 네 번이나 내려놓았다. 어떤 불가피한 이유였든 어리숙한 대처였다. 알다시피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은 해도 달도 가로등도 어둠에 가려진 밤의 시골길을 걷는 기분이다. 힘겨운 한발을 여러 번 떼면서 재능은 찾는 것보다 새로 만드는 편이 빠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퇴사가 결정되면 어김없이 측은지심을 만났다. 먹이사슬 최하위에서 치이고 치여도 전투력이 징그럽게 크지 않는 나를 꼭 한 명씩은 안쓰러워했다. 그런 사람들은 함께 식사하면서 내 말을 들어주거나 크고 작은 선물을 건넸다. 회사를 떠날 때 배웅하기도 했다. 조언을 늘어놓는 대신 평소처럼 함께 존재해주었다. 사회의 다른 위치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반갑게 인사하면서 그때 고마웠고 힘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고 싶어질 정도다.



이어지는 측은지심에 힘입어 시행착오를 태연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모르겠을 땐 뭐든지 하면서 과정들을 모은다. 그 후로 퇴사의 의미는 불명예스러운 순간이 아닌 '잘할 수 있어요'가 찍힌 격려 도장 정도가 되었다. 퇴사 뒤에서 빼꼼히 나를 기다리는 귀여운 입사를 생각하면 노력을 멈출 수 없다. 언제부턴가는 위에 말한 고마운 사람들과 비슷한 역할을 내가 하고 있다. 많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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