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론 님 보호자분, 들어오세요"
"응급상황이라 일단 간단히 설명드리고 수술이 끝나고 자세히 면담 진행하도록 할게요. 머리가 먼저 바닥으로 부딪힌 것 같은데, 경추가 현재 골절됐어요. 경추는 뇌와 가장 직접적인 신경들이 밀집돼서 손상 정도에 따라 매우 응급상황이고요. 수술실 준비되는 데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한 마디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오열했다. 의사 선생님은 예상한 듯이 다른 말씀 없이 수술실로 들어갈 준비를 하러 가셨다.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아 응급실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
두 눈이 퉁퉁 붇고 얼굴이 벌게지고 나서야 남편에게 전화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났다.
"이론이 씨티랑 뭐랑 검사했는데... 바로 수술해야 될 정도로 안좋... (흡...)"
"후... 병원에 가는 길이니까 조금만 기다려. 진정하고. 괜찮을 거야"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우리 애한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뭘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이론이는 곧 수술실로 들어갔고, 들어가는 순간까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다.
"엄마가... 미안해. 괜찮아, 이론아. 괜찮을 거야. 수술 잘 받고 엄마, 아빠랑 다시 건강하게 보자"
"보호자분 여기서부터는 저희만 들어갈 수 있어서 수술실 앞에서 기다려주시겠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고, 수술실 문만 멍하니 쳐다보았다. 가끔씩 의료진이 지나갈 때면 이론이가 곧 나오려나 기대를 해보지만 전혀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마침 도착한 남편과 첫째는 같이 수술실 앞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론이 상태가 어떻대?"
"머리부터 떨어지면서 경추가 부러진 것 같아서 바로 수술을 해야 된대... 수술 들어간 지 한 시간 정도 된 것 같아"
"물이 얕다고 미리 왜 말을 못 했을까... 하..."
한참을 굳어있던 첫째도 이제야 실감했는지 울기 시작했다. 평소에 우는 모습을 보기 힘든 씩씩한 아이인데 얼마나 놀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