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비빅 삐빅
온몸에 힘이 없고, 눈이 떠졌다. 숨 쉬는 건 답답하고 왜 이렇게 숨이 차는지 모르겠다. 과학실에 온 것처럼 이상한 냄새와 기계 소리가 자꾸 들린다.
"눈 떴네? 이름 김이론 맞아?"
"ㄴ..." (켁... 켁...)
-삐비빅 삐빅
"지금 인공호흡기 달려있어. 목에 관이 있어서 불편하지? 억지로 말하려고 하지 말고 끄덕이거나 도리도리 해봐"
처음 보는 아줌마가 내 이름이 맞냐고 물어보고 있다. 근데 왜 대답이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갑갑해 죽겠는데.
"이론이 맞아?"
(끄덕끄덕)
"여기 어딘지 알겠어?"
(도리도리)
"병원이야. 다친 거 기억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왜 병원이지?)
"너 다이빙하다가 목 뼈가 부러져서 큰 수술 했어"
다이빙을 왜 했는지, 어디서 다이빙을 한 건지 전혀 생각이 안 난다. 엄마, 아빠는 어디 가고 병원에 나 혼자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인공호흡기가 뭔지 이것 때문에 말을 못 해서 너무 답답하다.
"수술은 다 끝났고 이제 인공호흡기 말고 너 스스로 숨 쉬는 연습하고 있는 거야. 숨 잘 쉬고 해야 일반병실도 가고 엄마, 아빠도 보고 하지.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어쨌든 내가 다쳐서 수술을 했고 지금 나아지고 있다는 내용인 듯하다. 수술한 것 치고는 별로 아프지도 않은데 숨 쉬는 것만 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
목 주위가 간지럽다. 긁고 싶은데 팔다리가 묶여있는지 안 움직인다.
-삐비빅 삐빅
"어디 불편해? 숨 천천히 쉬자. 천천히"
(목이 간지러운데 손 좀 풀어줘요!)
"뭐라고? 춥다고?"
(손에 묶인 거 풀어달라고요)
"손? 손 풀어달라고?"
(네, 네, 네)
"손 묶여있는 게 아니고, 음. 지금 이론이 손이랑 다리가 아마 안 움직일 거야"
(왜요?)
"목 뼈가 심하게 다쳐서 팔다리가 마비가 왔어. 여기 만지는 느낌 나?"
(네, 거기는 가슴인데)
"여기는 느낌 나?"
(어... 아니요?)
"여기는?"
(아니요...)
깊은 잠에서 깨서 정신이 없는데 팔다리가 마비됐다고 한다. 그럼 앞으로는 평생 못 걸어 다니는 걸까? 아니면 또 수술해서 치료하는 걸까? 당분간은 계속 이렇게 눈짓, 입모양으로 얘기해야 되는 건가? 병원에는 얼마나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