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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O Oct 18. 2021

조직도는 거꾸로 보는 거다.

조직도를 거꾸로 보듯 리더 자신을 스스로 낮추자.

내가 왜 쟤 말을 다 들어줘야 해?


‘Organizational Silence’라는 말은 회의 시간에 리더 혼자 신나게 이야기하는데 구성원은 호응도 없이 조용히 고개 숙이고 메모만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메모는 대부분 낙서다. 왜 구성원들은 리더의 말에 침묵할까? 그 이유는 아래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1. 뭐라도 이야기하면 숙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네가 한 번 해보게!

2, 우리나라 직장 문화에서는 상명하복이 미덕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3. 말해봤자 안 들어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학습된 무기력)   

  

특히 세 번째는 조직 내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구성원이 용기를 내어 의견을 개진했는데, 리더가 듣고 나서도 전혀 반응이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 구성원은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라는 것을 학습하게 되고 그냥 말하지 말자는 행동을 강화한다. 결국, 구성원이 '시키는 거나 하고 말자'라고 생각하는 적당주의와 '잘못되어도 내가 손해 보는 건 아니잖아'라는 냉소주의에 빠지게 만든다.


하지만, 상당수의 리더가 위와 같은 상황에서도 별로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개선에 미온적인 가장 큰 이유는 리더가 구성원의 갑이기 때문에 ‘구성원이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도 어차피 내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혀있기 때문이다.


리더와 구성원 중 누가 갑일까?


직장 내에서의 갑을 관계는 우리나라 특유의 연공서열(나이 포함)과 직급에 기인한 상하 관계로 인해 왜곡되어 있다. 연공서열과 직급이 낮으면 아랫사람에게 함부로 해도 된다는 (혹은 아랫사람이 알아서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오만함과 알아서 윗사람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보상심리 등이 대표적인 직장 내 갑을 관계이다. 하지만, 상하 관계를 걷어내고 직장 내에서의 갑을 관계를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더와 구성원의 상황을 아래와 같이 비교해보자.


구성원

- 대부분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을 할당 받음

- 대부분의 근무 시간을 실무와 관련되어 사용함 (방해꾼이 등장하는 상황 제외)

- 보고, 회의 참여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음

- 자신의 성과로 평가받으며, 나와 연관된 사람이 잘하고 못하고에 영향을 덜 받음     


리더

-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일을 할당 받음

- 대부분의 근무 시간을 자기 시간으로 사용할 수 없음 (할당받은 일을 구성원의 역할, 성향, 역량에 맞게 나누어주고, 일의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미진한 점이 있을 때 지원해줘야 함)

- 보고, 회의에 참여 시간이 상대적으로 (매우) 많음

- 조직 내 구성원의 성과로 평가받으며, 나와 연관된 사람(구성원)이 잘하고 못하고에 엄청난 영향을 받음     


위와 같이 리더는 조직의 성과를 위해서 구성원에 따른 맞춤형 업무 분배 및 관리는 물론이고 회의와 보고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하므로, 자신의 성과를 위해서 직접 실무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비례한다. 리더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성과는 대부분 구성원에게서 나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갑을 관계에서의 갑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거나,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내가 잘해줘야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리더가 원하는 것(성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구성원이다. 결국, 구성원과 리더 중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구성원이다. 겉으로만 봐서는 리더가 인사 평가도 하고, 업무지시도 하므로 갑의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건 역할일 뿐이다.


조직도를 거꾸로 보듯 리더 자신을 스스로 낮추자.      


직장 생활에서 Top down으로 업무가 내려오면 하기 좋든 싫든 거의 무조건 수용한다(수용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구성원의 의견이 위로 올라가는 Bottom up은 시도조차 많지 않고, 용기를 내서 이야기해도 임원 혹은 경영진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직장에서 갑을 관계, 상하 관계 그리고 학습된 무기력이 중력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중력을 없애는 방법은 조직도를 뒤집는 것이다. 조직도를 거꾸로 본다는 것은 구성원이 조직의 갑임을 인정하는 의미도 있지만, 리더 자신을 스스로 낮추고 구성원의 의견을 Top down으로 내려오는 업무로 간주하자는 의미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이 리더에게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하거나 두려워서는 안 된다. 소통은 구성원의 이야기를 참고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 관한 관심을 전제로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구성원은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리더의 행동에 예민하다. 리더가 아무리 경청하는 태도를 보여도 진짜 관심이 있는 건지 듣는 척만 하는 건지 금방 알아챈다. 리더의 진심을 담은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리더는 구성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구성원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할 수 있는 과정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리더는 간섭 없이 구성원의 결정을 지원하고, 지원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Top down으로 내려온 업무라고 생각하고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실행력이 없는 공감과 약속은 구성원에게 보이스피싱과 다를 것이 없다. 지원을 약속한 사항을 리더가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구성원은 자기 생각이 리더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느끼며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과르디올라의 리더십     


스포츠계에는 '명선수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본인의 능력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기량이 낮은 선수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이게 왜 안돼? 그래서 퍼거슨, 히딩크와 같이 선수 시절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명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이 더 많다. 그런데 이를 깬 감독 중 대표적 인물이 바로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FC바르셀로나에서 훌륭한 선수 생활을 하고, 감독으로서도 선수 시절 못지않은 경력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론은 감독이 선수들과 소통하여 신뢰 관계를 만들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자신의 위치를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경기에서 이기지 못해도 내용이 좋으면 선수들을 칭찬하고, 선수들의 성향에 따라서 전술을 변경하며, 지시도 최종 목표만 정해주고 나머지는 선수들에게 맡긴다고 한다.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줌으로써 선수들의 잠재 능력과 내적 동기를 끌어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군림하지 않고, 자신을 낮춰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과르디올라 감독 처럼

직장에서도 실질적으로 조직의 성과를 내는 사람은 구성원이다. 리더는 구성원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아래에서 그들을 지원하고, 성향에 맞게 업무를 조정함으로써 내적 동기와 잠재 능력을 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리더가 자신을 낮추고 구성원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과 구성원의 이야기를 Top down으로 내려온 업무라고 간주하고 반드시 실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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