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서 만나자
1화 보고 오기
호정의 방 안, 선풍기 두 대가 정신없이 돌아간다. 선풍기 앞엔 이리저리 뜯기고 젖은 책들이 처량하게 펄럭인다. 호정은 한 손엔 드라이기, 한 손엔 경영조직론 책을 들고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말리고 있다. 한 페이지라도 더 원상 복구되기를. 끝내 회복이 안 되는 부분은 중고로 똑같은 책을 사서 수습할 생각이다. 방 안 공기마저 건조해질 정도로 책을 말리고 나니 기운이 빠진 호정은 방바닥에 드러눕는다.
“엉망이네.”
호정이 울퉁불퉁한 천장을 바라보다 혼잣말을 내뱉는다. 공교롭게도 호정의 공인노무사 2차 시험과 다정의 공모전 마감은 같은 날이다. 앞으로 2주 반이 남았다. 이 중요한 시점에 호정의 책은 망가졌고 다정의 작품은 완성이 묘연하다. 어쩌다 이렇게 둘 다에게 안 좋은 상황이 오게 된 건지. 호정은 이 상황이 코미디 같다.
휴대폰이 울린다. 메시지가 온 모양이다. 호정은 지쳐있다. 확인할까 말까 고민하다 아예 전원을 꺼버릴 생각으로 휴대폰을 든다. 그러다 습관대로 무심코 톡 창을 눌러버린다.
‘잘하고있냐~과연 우리. 집은 누구의. 집이 될것인가~’
엄마다.
“참 나.“ 호정은 이 거지 같은 상황과 대조되게 발랄한 엄마의 어투에 헛웃음을 짓다가 이내 진지해진다. 호정이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혼잣말을 한다. “맞네?” 좋은 기회가 왔다는 느낌이 든다.
누가 더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따질 필요 없이 둘 다 엉망진창인 지금. 이제부터 정정당당하게 겨루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거다. 호정의 눈이 반짝 빛난다.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2주 반을 보낼 생각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그래, 둘 다 잠깐 미쳤던 거라고 생각하고. 분노, 미움, 서운함 따위는 이제 사라진 감정이라고 치고.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지금부터.
호정이 빠르게 책상에 앉는다. 노트를 펼친다. 머릿속에 있는 판례를 미친 듯이 써 내려간다. 지금이 잘 시간이라는 것도 잊은 채.
계속.
안녕하세요, 유이음입니다. '중간에서 만나자'는 마지막화인 24화까지 매일매일 연재될 예정입니다. 14화를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라이킷과 댓글, 작가 소개 옆 구독 및 알림 버튼>을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화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