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서 만나자
1화 보고 오기
그때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호정은 치타가 먹이를 사냥하듯 재빠르게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다급하게 바라본 휴대폰 액정엔 갤럭시 기본화면만이 띄워져 있었다. 시험 결과는 메시지로 온다는 걸 알면서도 전화벨 소리에 호들갑을 떨었다는 것이 호정은 조금 부끄러워졌다. 다정 역시 호정에게 온 전화인 줄 알고 넋을 놓고 바라보다 뒤늦게 본인 휴대폰을 찾았다. 에코백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사이 벨이 끊겼고 화면엔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이 찍혀있었다. ‘스팸이겠지.’ 여행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던 다정은 대수롭지 않게 스마트폰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아침 먹을까?” 다정이 일어나 식당 쪽을 바라보며 호정에게 물었다.
“그래.” 호정이 기운 없이 대답하곤 다정을 따라 일어났다. 모바일 인터넷 창을 켜 ‘오이도 회’를 검색했다. 입맛이 없어 다정이 좋아하는 메뉴로 찾아볼 참이었다. “여긴 좀 비리대...“ 다정은 이 와중에도 식당을 비교분석하는 호정이 귀여워 웃음이 났다. “그냥 보이는 데 들어가자. 나 따라와.”
카톡! 그때 알림이 울렸다. 호정은 다정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무심하게 액정을 쳐다봤다. “악!“ 호정은 짧게 소리 지르곤 그대로 주저앉았다. 다정이 황급히 호정의 휴대폰을 빼앗아 메시지를 확인했다.
‘공인노무사 2차 합격을 축하합니다.‘
“꺄악!!!” 다정이 환호성을 지르며 파도처럼 팔을 벌려 뛰어다녔다. 호정은 지난 5년 동안의 고생을 뱉어내듯 엉엉 울었다. 둘을 배려하듯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이곳은 마침 마음껏 소리쳐도 되는 넓디넓은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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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발표 메시지를 확인하자 호정은 잊었던 허기가 한꺼번에 몰려옴을 느꼈다. 다정은 배를 부여잡는 호정을 보곤 일단 눈에 보이는 아무 카페로 들어와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카운터 바로 앞자리에 앉아 호정은 허겁지겁 샌드위치를 씹어 삼켰다. 다정은 호정 앞에 마주 앉아 엄마아빠에게 전화해 호정의 합격을 호들갑스럽게 알렸다. “3차 면접은 당연히 붙지. 호정이 딱 봐도 전문직 관상이잖아.” 통화가 길어졌다. 호정은 어느새 샌드위치는 물론 아메리카노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비워냈다.
“아, 자꾸 전화 오네. 남은 얘긴 집에 가서 하자, 엄마.” 다정은 작게 짜증을 내며 통화를 마치곤 화면을 봤다. “중요한 얘기 중인데 누구야?“ 다정은 통화 중 계속해서 걸려온 전화의 발신자를 파악하기 위해 휴대폰 화면을 살폈다.
”중요한 얘기. 하하. 나 무슨 언니가 붙은 줄 알았잖…“ 호정은 웃으며 다정을 놀리다 멈칫했다. 문득 확인하고 싶어졌다. “언니 발표일은 일주일 뒤였지?”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다정이 대답했다.
“아니, 지금.”
다정은 호정에게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화면 속 메시지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다정 작가님, 공모전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작품 인터뷰 일정을 의논하고 싶어 전화드렸사오니
확인하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계속.
안녕하세요, 유이음입니다. ‘중간에서 만나자’는 마지막화인 24화까지 매일매일 연재될 예정입니다. 23화를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라이킷과 댓글, 작가 소개 옆 구독 및 알림 버튼>을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화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