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서 만나자
1화 보고 오기
“여기 좋다.“ 다정이 눈을 감고 얼굴에 닿는 공기를 느끼며 말했다.
“응, 물가도 괜찮고.“ 호정이 숙박 어플에서 모텔을 가격순으로 정렬하며 말했다.
11월의 오이도 바닷가, 빨간 등대가 한눈에 보이는 까만 벤치에 다정과 호정이 나란히 앉아있다. 머리 위로는 갈매기떼가 자매를 반기듯 끼룩끼룩 울고 있다. 지하철 첫 차를 타고 떠나온 여행이었다.
“떨려?” 다정이 넌지시 물었다.
“아니?“ 호정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답했다.
오늘은 호정의 시험 결과 발표 날. 컨트롤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는 호정답지 않게 전 날부터 토할 듯이 떨려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호정을 보곤 다정이 제안한 여행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다정이 수평선을 응시하며 물었다.
“언니는 정식연재하고 나는 노무법인에 출근하겠지.” 호정이 평소보다 한 톤 높은 목소리로 답했다.
“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아니.“
“뭐야!“ 다정이 웃음 섞인 비명을 지르며 호정의 어깨를 살짝 밀쳤다.
“그냥, 이젠 다 상관 없어졌어.” 호정이 허리를 곧게 펴 바르게 앉으며 말했다.
“무슨 말이야?” 다정이 물었다.
“현실이 어떻든,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언니한텐 좋은 말 많이 해주려고.“ 호정이 말하자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다. “안에서 무조건적인 응원을 받은 사람은 바깥에 나가서 무적이 된다는 걸 이제 알았거든.“ 평소라면 호정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을 말들이 술술 나왔다. 그럼에도 다정은 놀랍지 않았다. 호정에게 제법 어울렸기 때문이다.
“넌 나를 엄청 사랑하네.”
“으악, 뭐야!” 다정의 말에 어색해진 호정이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넌 우리 가족을 엄청 사랑해.“ 호정의 몸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정은 계속해서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이거, 이 땅.” 다정이 하얀색 스니커즈로 흙바닥을 가볍게 두 번 다독였다. “이건 현실이지. 여기서 행복하게 살려면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야 해.“ 다정의 진실된 목소리에 호정은 머리에서 손을 천천히 내리곤 다정을 바라봤다. “그걸 몰랐어. 마냥 무지개만 바라봤어, 내가.“ 다정이 사과하듯 호정의 손을 잡았다.
제법 차가워진 아침 공기가 상쾌했고
윤슬이 고요하게 반짝였다.
“우린 달라.“
“다르지.”
“중간에서 만나자.”
“그래, 중간에서 만나자, 우리.”
그때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계속.
안녕하세요, 유이음입니다. ‘중간에서 만나자’는 마지막화인 24화까지 매일매일 연재될 예정입니다. 22화를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라이킷과 댓글, 작가 소개 옆 구독 및 알림 버튼>을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화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