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스웨터의 실밥을 사랑하는 법
[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 11
공포는 정복해야 할 고지전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평생을 함께 입어야 할, 조금 까슬거리는 스웨터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상처를 흉터라고 부르며 숨기려 애씁니다.
하지만 그 흉터는 사실 ‘심미적 안테나’입니다. 고통을 겪어본 사람만이 스테인리스 숟가락이 식탁에 부딪힐 때 나는 날카로운 ‘쨍’ 소리 뒤에 숨은 누군가의 피로를 읽어냅니다.
어둠 속에 오래 머물러본 사람만이 형광등의 미세한 깜빡임이 주는 위태로움을 이해하고, 누군가에게 조용히 스탠드를 켜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근사한 미식가의 안목이 아닙니다. 오히려 맛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 국밥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시큰해지는 맛이야>라고 엉뚱하게 뱉는 진심에 가깝습니다.
세련된 분석이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하는 정직한 예민함입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픈 기억을 안고도 다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답은 명확합니다. 그 아픔을 쫓아내려 애쓰지 마세요.
대신 그 아픔이 당신의 감각을 얼마나 아름답게 벼려놓았는지 살펴보세요. 침대 밑에 숨어있던 공포에게 따뜻한 옥수수차 한 잔을 내어주는 상상을 해보세요. 그와 나란히 앉아 창밖의 노을이 분홍색에서 멍든 보라색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고통과 함께 우아하게 늙어가는 법입니다.
오늘도 당신은 '나'입니다. ❤️
_내 마음의 한 문장
“공포는 나를 죽이러 온 자객이 아니라, 내 영혼의 해상도를 높여주러 온 단골 안경점 주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