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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Jan 08. 2023

드림웍스, 미쳐야 산다!

<장화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

한때는 디즈니의 픽사와 어깨를 나란히 견주고 애니메이션 시장을 양분 했었던 드림웍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길을 잃고 헤매다 갖고 있던 시장 지분의 대부분을 라이벌에게 넘겨주기에 이른다. 그나마 <쿵푸 팬더>와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 등이 간헐적으로 숨통을 틔워주긴 했지만, 그래도 역부족이었던 것만은 사실이지. 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그리고 해결책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여기에서 조차 옛 어른들 말씀이 하나 틀린 것 없단 사실을 알 수 있다. 드림웍스에게는 왕년의 초심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드림웍스의 초심이란 게 대체 뭔데? 그것은 패기 넘치는 유희 정신이지. 


모든 것의 제대로된 원류가 되어준 <슈렉>으로 다시 돌아가볼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슈렉> 이전에도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은 존재했었다. <개미>나 <이집트 왕자> 등이 있었으니. 하지만 <슈렉>이야말로 드림웍스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시작 같은 작품 아니었던가. <슈렉>은 전통적인 교훈과 메시지만을 들이밀던 당대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에 대한 안티테제로써 성공했다. 각종 패러디가 난무했으며 조금 과격하더라도 재미를 위해서라면 무작정 시도해보던 그 패기와 유희 정신. 그러니까 디즈니 픽사와는 반대로, 드림웍스는 조금 나사가 빠진 듯 구는 게 그 맛이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드림웍스, 미쳐야 산다!


<장화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그 초기 정신을 가까스로 되찾아온 듯 하다. 물론 100% 과거의 영광을 모두 찾아왔다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모든 일엔 순서가 있는 법. 자사의 가장 유명한 캐릭터들 중 하나를 다시 데려다가 일종의 프랜차이즈 리런치를 목표로 둔 상태에서 이 정도의 방향 전환을 기획했다는 것은 분명 특기할 만하지. 물론 영화가 던지는 교훈 자체야 뻔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장화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에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특유의 활기가 덕지덕지 묻어있다. 


반쯤 미쳐있는 것 같은 태도로 거대 거인을 초연하다 못해 신이나서 상대하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오프닝부터, 특히 영화의 최종 악역으로 선정된 빅 잭 호너의 미치광이스러운 태도가 영화의 정신을 반영한다.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며 훈훈하게 웃음 짓는 일은 쉽다. 하지만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며 웃음 터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런데 <장화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은 그걸 일정 부분 해낸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빅 잭 호너가 미친 짓 하는 부분들에서는 대부분 다 웃었다. 


여기에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도 한몫 한다. 다만 재밌는 것은, 정작 이야기의 주요 파티원들인 장화신은 고양이와 키티 말랑손, 페로는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이라는 것.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찌되었던 애니메이션이란 포맷의 한계 아닌 한계 때문에 영화는 어떻게든 결국엔 한 줄의 도덕적 교훈을 남겨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그 선명한 교훈으로 내달려가다 보니 아무래도 주인공 셋은 비교적 뻔한 인물들이 된 것. 그러나 앞서 말했던 빅 잭 호너와 마찬가지로 영화 속 액션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또다른 악당, 빅 배드 울프의 존재감은 유독 남다르고 매력적이다. 죽음 그 자체로서 지금까지의 여덟 목숨을 모조리 낭비해온 장화신은 고양이에게 복수를 하러 찾아온 빅 배드 울프. 캐릭터 디자인이나 액션 묘사가 화려하고 음산해 자꾸 기억에 남는다. 같은 상영관에서 함께 본 옆자리의 어린 아이들은 진심으로 무서워하기도. 


물론 이 영화 한 편으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겪어온 수년간의 부진이 한 방에 말끔히 씻어지진 않겠지. 오히려 이제부터가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장화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회사에게 일종의 나침반 역할 정도는 해주며 막을 내렸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가야하는지. 막가파적인 유희 정신에 깃든 패기. 드림웍스는 회사의 기둥이 되어준 그 초심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장화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 / 조엘 크로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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