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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Apr 29. 2023

게임 체인저의 조건

<에어>

주변에 농구를 참 좋아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 NBA 중계를 보며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라면 신이 나서 떠드는. 그런 그 친구가 말해줬던 게 있다. 스테판 커리라는 선수가 있는데, 너무 유명해 아마 너도 들어봤을 거라고. 스테판 커리는 3점 슛을 기가 막히게 따내는 선수인데, 그렇게 됨으로써 NBA 전체의 경기 메타가 바뀌었다고. 그가 3점 슛을 너무 잘해버리니까, 그를 막으려면 상대 팀 선수들이 자기 편 진영 바깥쪽으로 나가서 까지 수비에 임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림 아래가 상대적으로 비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겼다고. 하여튼 이같은 사소한 변화로 NBA 전체의 메타가 뒤바뀔 수 밖에 없었단 소리였다. 물론 농구에 농도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 친구의 그런 말을 들어봤자 "스테판 커리라면 무한도전에 나왔던 사람 아니야?" 정도로 밖에 대답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나이키가 마이클 조던과 손 잡고 만들었던 운동화의 뒷 이야기에 관한 영화인데 웬 스테판 커리냐 하겠지만, 하고 싶은 말은 결국 '게임 체인저'의 조건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전체 게임의 판도를 뒤흔들고 뒤바꾸는 사람들. 우리는 보통 그런 사람들을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며 그들이 이룩해낸 화려한 결과물들과, 또 그로인해 파생된 여러 새로운 규칙들에 대해서만 이야기 꽃을 피운다. 하지만 이야기의 포커스를 조금만 바꿔보자. 게임 체인저들이 일으키는 영향력 말고, 게임 체인저들이 되기위한 조건에 대해서 말이다. 어떻게 하면 게임을 뒤흔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전체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까? 대체 어떻게 해야,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에어>는 그러한 질문에 대해 꽤나 명료한 답을 내놓는다. 어쩌면 너무 명료해서 공익 광고 멘트 마냥 그냥 뻔한 말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시대를 타지 않는 옳은 말은 언제나 뻔하게 느껴질 수 밖에. 게임 체인저의 조건에 대해, <에어>는 꾸준한 성실함과 더불어 과감한 선택이야말로 정답이라 말하는 영화다. 들어보니 어떤가? 과연 뻔하지? 그러나 그게 정답인 걸 뭐 어쩌겠느냔 말야. 


과연 소니 바카로에게는 그 둘 모두가 있었다. 일단 꾸준한 성실함. 그는 가리지 않고 모든 농구 경기 중계를 다 보는 인물이다. 아니, 그냥 본다기 보다는 면밀히 관찰한다는 표현이 더 잘 맞으리라. 그는 경기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다 관찰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인물을 발견해내는 인물이다. 어떤 새로운 인물을? 그냥 점수를 잘 따내는 인물을? 그냥 빠르고 그냥 순발력 넘치는 선수를? 아니, 바카로는 그 모든 걸 넘어 그 이면까지 봐낸다. 빠르고 강한 것은 물론이고, 전체 경기의 판도를 읽고 순식간에 짜낸 전략으로 보다 더 적절한 최선의 판단을 해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우리 모두가 지나온 역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듯, 마이클 조던은 과연 그런 사람이었다. 


<에어>는 <소셜 네트워크>나 <스티브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이미 성공한 어떤 실제 브랜드 또는 실제 상품의 뒷이야기를 소근대는 영화이다. 그런데 <소셜 네트워크>의 마크 주커버그와 <스티브 잡스>의 스티브 잡스에게서는 꾸준한 성실함이란 다소 긍정적인 표현보다, 일종의 어떤 강한 집착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헌데 사실 그건 따지고 보면 <에어>의 소니 바카로 역시 마찬가지다. 애시당초 꾸준한 성실함이란 강한 집착과 일맥상통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서는 살짝 뜬금 없지만 UFC 챔피언인 코너 맥그리거 역시 말한 바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건 그저 강한 집착 하나 뿐이라고. 


성실한 꾸준함이라 부르든, 어떤 강한 집착이라 부르든 간에. <에어>는 게임 체인저의 조건과 관련해 이어서 두번째 대답을 내놓는다. 과감한 선택. 이 또한 마크와 스티브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었던 덕목이다.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할 때 과감히 선을 넘는 용단. 소니 바카로는 업계에서 매장당할 위기에 처할 뻔도 했지만 끝끝내 마이클 조던 측과 직접 접촉함으로써 역사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다만, <에어>는 그에 대한 책임감 역시 말하고 있긴 하다. 앞서 말했듯 소니의 그러한 선택은 자신이 해고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의 해당 부서 전체를 모두 침몰 시킬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극중에서 소니의 동료인 롭 스트라서 역시 직접 말한다. 자네의 선택 때문에 내가 딸과 보내는 유일한 시간이 모두 부서질 수도 있는 거라고. 


스테판 커리와 마크 주커버그, 스티브 잡스, 그리고 코너 맥그리거가 그랬듯 게임 체인저는 꾸준한 집착과 과감한 용단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에어>는 모든 걸 망칠 뻔했던 주인공과 그 동료들의 애끓는 표정을 담은 쇼트들로 간신히 말해낸다. 당신이 게임의 전체 판도를 바꿀 체인저가 될지언정, 가끔은 주위를 좀 둘러보라고. 바로 여기서, '책임감'이라는 게임 체인저의 세번째 조건이 성립된다. 집착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꾸준히 성실하고, 때때로 미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과감할 것. 그러나 그 안에서도 나와 내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질 것. 이 정도면 <에어>를 자기계발 영화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에어> / 벤 애플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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