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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Jan 17. 2023

끈질기게, 위대하게

<스쿨 오브 락>

언제나 얌전히 굴고, 또 시키는대로만 할 것을 부모에게 종용받던 잭이 말한다. 자신은 기타로 클래식 곡만 연주할 수 있다고. 락 음악 따위는 인생의 낭비이니 꿈도 꾸지 말라 아빠가 말했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듀이는 락 스피릿이란 건 근본적으로 반항하는 정신이라며 그런 잭에게 냅다 일렉 기타를 안겨 준다. 하물며 잭 블랙의 얼굴을 한 듀이이니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닌가. 


인생의 낭비. 잭의 아빠 말대로라면 인생의 낭비로 남는 것들은 세고 셌다. 그중 영화가 골라잡은 건 물론 락 음악이지만, 그 이외에도 우리네 실제 인생에서 낭비로 취급받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비디오 게임이 그렇고 한낱 공놀이가 그러하며, 하릴없이 TV 드라마를 보는 것, 또는 일견 쓸데 없어 보이는 자잘한 물건들을 모으는 것 등 모두가 낭비로 취급 받는다. 듀이가 부임 아닌 부임을 한 그 학교의 교칙만큼이나 우리네 인생 또한 별점으로 매겨진 순위에 매달려 있다. 공부나 독서 등, 그 순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면 모조리 인생의 낭비 취급을 받는 세상. 하지만 영화 속 듀이의 나이와 내가 비슷해지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그 낭비란 것들 덕에 내가 아직까지도 이리 살아있음을. 그러니까, 낭비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듀이에게 마냥 배우고 싶음을. 


물론 듀이는 잭 블랙이 맡아 연기한 걸 감안하고도 지나치게 무책임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급전이 필요했던 것도 알겠고, 락 가수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고 싶었던 것도 알겠어. 하지만 그래도 친구 등쳐먹는 저런 거짓말은 좀 아니잖아. 심지어 뒷일에 대한 걱정 따위는 저만치 밀어둔 모양새. 아니, 거짓말을 하려 해도 좀 알아보고 철두철미하게 해야지. 당장 눈앞의 일만 해결해보려고 뒷일 생각 안 한채 일 저질러버리는 건 좀 그렇지.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학급의 어린 아이들 뿐만 아니라, 듀이 역시도 성장하는 성장 드라마였다는 점에서 영화는 마음에 남는다. 사실 영화 막바지에 이르러 거의 포기한 상태이던 듀이에게 손을 내미는 것도 어린 아이들이었다. 락 스피릿은 반항이라면서 그냥 그대로 순응해버리고 있던 듀이. 그런 선생님을 다시 락 스피릿의 양지로 이끌어내는 아이들. 아-, 이런 게 바로 청출어람이라는 것일까. 


인생의 낭비로 취급받는 것들은 역설적으로 우리네 인생을 고양시킨다. 하지만 물론, 그 낭비를 그냥 낭비한다고 해서 해당 분야에 있어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끈질김'이다. 낭비할 건 낭비하더라도, 내가 반드시 이뤄내고 싶은 꿈에 있어서 만큼은 지속적인 끈기를 유지해내는 것. 듀이를 연기한 잭 블랙이 소속되어 있는 밴드 이름 또한 'Tenacious D', 일명 '끈기'다. 그러니까 '스쿨 오브 락'은 락의 학교인 동시에 끈기의 학교인 것일지도. 


<스쿨 오브 락> / 리차드 링클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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