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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Nov 28. 2023

결혼이란 기꺼이 뛰어들 모험!

<샷건 웨딩>

톰은 최근 야구선수에서 은퇴한 이후 모든 정성을 오직 결혼식에만 쏟았다. 한참 유행하던 MBTI로 따지면 그는 영락없는 계획형 'J'일 것이다. 그 정도로 톰은 자신의 결혼식에 열과 성을 다 했다. 하지만 그 상대인 달시는? 달시는 그저 망망대해에 오직 톰과 자신 둘만 오롯하게 존재하는 그 느낌을 원했을 뿐이다. 화려한 장식이나 요란한 축하 없이, 그저 톰과 조용히 비밀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다. 허나 톰이 준비한 건 필리핀의 한 섬에서 리조트를 통째로 빌린채 진행되는, 이보다 더 성대할 수는 없을 것 같은 화려한 결혼식. 이제와서 그걸 다 물릴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달시는 자신의 마음을 한 번 접은채 웨딩 드레스를 입는다. 톰의 계획대로 결혼식은 성대하고 화려할 것이었다. 총과 수류탄을 잔뜩 집어든 해적들의 습격만 없었다면 말이다. 


<샷건 웨딩>은 80~90년대 액션 어드벤쳐 장르의 청량한 백치미를 잔뜩 끼얹는다. 그 시절 <람보>나 <코만도>가 그랬던 것처럼 악당들은 잔뜩 죽어나간다. 하지만 또 <구니스>나 <빽 투더 퓨쳐> 마냥 잔뜩 해맑기도 하다.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하지만 주인공들의 목숨과 안전 만큼은 완벽하게 보장된 모험. 흡사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같다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영화들을 매우 좋아한다. 그 안락한 위험 말이다. 


그리고 대개 이런 영화들은 은유랄 것도 없이 직유를 띈다. 서로에게 건네야할 결혼 예물은 수류탄과 총이 되고, 남자가 여자에게 반지를 끼워주는 대신 여자가 남자의 다쳐 덜렁거리는 손을 치료해줘야 한다. 버진 로드에서 진행됐어야할 신랑과 신부의 행진은 빗발치는 총격 속에서 도망이 되고, 웨딩 카 대신 준비한 웨딩 보트는 결혼식의 끝이 아니라 액션의 끝을 알린다. 그렇게 결혼은 모험이 된다. 


그러니까 요컨대, 결혼은 모험이란 것이다. 거기엔 서로를 다치게 하고, 또 아프게 한 뒤 끝내는 서류 몇 장으로 헤어질 위기가 내포되어 있다. 마냥 이 영화처럼 신랑 신부가 행복한 결말만을 맞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샷건 웨딩>을 통해 어쩌면 결혼이란 서로를 믿고 '기꺼이 뛰어들' 모험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설령 해적들과의 대결에서 끝내 죽게 되더라도. 그래도 이 여자, 이 남자와 함께 수류탄을 안고 함께 뛰어본다면 그걸로 괜찮지 않을까-하는 행복한 착각. 설령 그게 진짜 착각에서 끝난다 하더라도, 결혼이란 그런 것이다. 서로를 믿고 기꺼이 뛰어들 수 밖에 없는 모험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하고. 


<샷건 웨딩> / 제이슨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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