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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Nov 28. 2023

도리를 아는 인지상정 액션 영화

<더 커버넌트>

우리가 열광해온 대부분의 액션 영화들 속 핵심 감정은 보통 사랑 아니면 복수였을 것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지켜내기 위해 칼을 잡거나 또는 이미 잃어버린 그 또는 그녀, 그도 아니면 키우던 강아지의 복수를 위해 총을 잡거나. 그 점에서 가이 리치의 신작 <더 커버넌트>는 독특하다. 주인공 킨리가 총을 쥐고 다시 전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유가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기 위해서라거나 이미 잃어버린 무언가를 위한 복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심지어 그 적으로 설정된 탈레반이 킨리 입장에서 죽여 마땅한 절대 악이기 때문도 아니었다. 킨리가 전장으로 다시 돌아간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이 인간된 도리이기 때문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미군 킨리는 탈레반과의 교전 중 분대원 전원을 잃는다. 그 역시 탈레반에 의해 사로잡힐 위기. 그 때 그를 구해낸 건 든든한 모국 미 정부의 공중 지원이 아닌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현지 통역관 아메드였다. 아메드는 부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는 킨리를 직접 만든 나무 수레에 실은채 탈레반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을 조용히 가로지른다. 중간중간 탈레반에 의해 들키고 또 험난한 지형과 날씨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위기들이 닥쳤을 때에도, 아메드는 킨리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모세가 그랬던 것처럼, 다만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자신만의 출애굽기를 썼다. 그렇게 끝내 구해낸 킨리를 미군에게 인계한 아메드. 그러나 킨리가 영웅 대접을 받으며 모국인 미국으로 돌아온 것과는 달리, 아메드는 이민 비자를 얻지 못해 아프가니스탄 현지에 가족과 함께 묶이고 만다. 심지어 킨리와 아메드의 그 긴 여정에 대한 소문이 퍼진 상황 속에서, 탈레반은 그 둘을 잡아들이기 위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고. 


인간으로 태어나 사는 삶에는, 무릇 '도리'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할 바른 길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짐승 아닌 인간으로서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행위들을 두고 우리는 도리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 부분에서, <더 커버넌트>는 인간인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남긴다. 이미 따스한 캘리포니아로 옮겨져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던 킨리. 하지만 그는 여러모로 혹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족과 함께 벌벌 떨고 있을 아메드를 결코 잊지 못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 있음에도 기꺼이 아프가니스탄 전장으로 다시 한 번 걸음을 옮긴다. 


인간된 도리를 다 하려는 인물의 모습에서 우리는 늘 감동을 느끼지 않나. 자신이 은혜입은 아메드를 구하기 위해 다시금 총을 잡는 킨리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런 감동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전에 하나가 더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두 사람이란 걸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바로 아메드. 킨리 이전에, 아메드가 먼저 킨리를 구하지 않았던가. 물론 인간이 인간을 구하는 것 자체가 도리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전 당시 아메드와 킨리가 처했던 상황을 돌이켜보면 그러한 결정이 절대 쉽지는 않았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킨리와 달리 아메드는 현지인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공용어인 다리어를 당연히 능숙하게 할 줄 알았으며, 당시 부상을 입었던 킨리와는 다르게 아메드는 피곤했던 것 정도만 빼면 심각하다 말할 만한 별다른 신체적 손상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는 미군이고 뭐고 그냥 훌쩍 도망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미국 이민 비자 따위 알게 뭐람, 일단 당장 내가 죽게 생겼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아메드가 킨리를 구하는데에 일말의 주저함이 없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또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거기엔 그 어떤 내적갈등도, 잠깐의 망설임도 없었다. 아메드는 그저 그게 당연하다는 듯 킨리를 구했다. 그것이 그저 인간된 도리이기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일이 말이다. 


자고로 증오는 모래에, 은혜는 뼈에 새기라했다. 물론 액션 영화들이 전자를 맹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후자인 은혜로 말미암아 추동되는 액션 영화들도 분명 존재한다. 묵묵히 그저 인간된 도리를 다 하는 액션 영화. 인지상정이 무엇인지 아는 두 주인공의 <더 커버넌트>는 그래서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관객들 마음 속에 오래도록 깊은 여운을 남긴다. 


<더 커버넌트> / 가이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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