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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Nov 03. 2023

재즈도 열혈이다!

<블루 자이언트>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기술이 있고, 또 그 여러 종류의 기술 덕분에 세상은 돌아간다. 기술. 백과사전은 '기술'이란 단어를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어떤 것을 잘 만들거나 고치거나 또는 다루는 능력. 또는, 어떤 일을 솜씨있게 할 수 있는 재간이나 능력. 그런고로 당연히 그 '기술'이란 것은 오랜 시간을 들인 연마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그 연마의 과정을 장르적으로 가장 잘 풀어냈던 건 아무래도 무협일 것. 주인공이 어떤 문파에 들어가 특정 초식을 오래도록 연마하여 결국 특정 기술을 얻어내 무림을 평정한다는 이야기. 그게 바로 무협 장르의 주 근간이니 말이다. 


재미있게도 그 무협의 기술과 <블루 자이언트> 속 음악의 기술은 통한다. 음악 영화임에도 존 카니의 작품들이나 대개의 뮤지컬 장르 영화들이 그랬던 것과 같은 초식을 <블루 자이언트>는 따르지 않는다. 이것은 오히려 무협의 세계이다. 주인공은 타고난 재능으로 기술에 통달하는 것이 아니라 무식할 정도의 시간과 그 안에 녹인 성실함으로 극의에 이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각기 다른 스타일을 지닌 동료들을 만나 자웅을 겨루고, 결국엔 최고의 무림이라 할 수 있을 도쿄내 재즈 클럽의 무대에서 모든 걸 펼쳐낸다. 


그런데 사실, 노력도 재능이다. 무협지와 열혈만화는 대개 주인공을 조금 약하더라도 악바리 근성을 가진 인물로서 묘사한다. 허약하고 비리비리 할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엔 승리를 거머쥐는. 그래서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이 더 중요하다 설파하는. 하지만 그 노력도 재능이라고. 근성과 성실함 모두 재능이다. 하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그게 막상 해보려하면 그렇질 않거든. 사회 생활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그 점에서 <블루 자이언트>의 주인공인 다이는 노력의 천재이다. 확고한 목표에 뜨거운 열정을 장착하곤 그를 위해 쉼없이 기술을 연마하는 천재. 그리고 세상만사 어떤 기술이라도, 그를 위해 진심을 다하고 또 전력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울리기 마련이다. <블루 자이언트>는 그렇게 근면한 주인공으로 관객들 마음을 뚫어낸다. 헌데 그건 사실 비단 다이 때문만은 아니다. 그 옆의 유키노리와 타마다 역시 저마다에게 그럴 듯한 성장 서사가 붙어 있기 때문에 영화가 더 관객들 마음을 후벼판다. 특히 드러머로서 그 시작이 남들에 비해 조금 늦었던 타마다의 서사. 별 볼 일 없던 허접에서 시작해 뒤늦게 노력을 붙인 프로로 올라서는 그의 모습에서는 괜시리 눈물도 찔끔 나더라. 아무래도 평균적으로 우리는 유키노리처럼 완벽한 순간보다 타마다처럼 휘청대는 순간이 더 많으니 말이다. 


언제나 열심히 노력하는 자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특히 그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전력질주하는 자들이라면 더더욱. <블루 자이언트>는 그래서 아름다운 영화가 된다. 물론 극장 안을 휘감는 강렬한 재즈 선율도 아름답고. 아-, 재즈도 열혈이다!


<블루 자이언트> / 타치카와 유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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