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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Jun 13. 2024

온고지신의 용단!

<나쁜 녀석들 - 라이드 오어 다이>


온고지신. 고사성어들 중 그래도 가장 많이 알려진 편이고, 그러다보니 그 뜻을 모르는 사람 찾는 게 어려운 네 글자. '옛 것을 익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새 것을 안다.' 너무나도 당연해 어쩌면 교과서처럼 고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 네 글자짜리 태도. 어쩌면 그 네 글자가 이 <나쁜 녀석들 - 라이드 오어 다이>를 설명해주는 가장 좋은 소개가 아닐까 여기게 되었다. 1995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벌써 29주년을 맞이하게 된 시리즈. 그런 시리즈의 가장 최신편이 이토록 성심성의껏 만들어지는 경우도 사실 드물다. 


90년대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바이브를 그대로 재현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영화의 왕도적인 전개는 물론 다소간에 김을 뺀다. 마이애미의 영웅 경찰이었던 마이크와 마커스 두 주인공을 현상수배범으로 추락시키기 위해 영화가 취한 전개는 아무래도 개연성이 딸리고, 여기에 영화 전체의 카리스마를 책임져야 했던 악당도 캐릭터가 너무 얇다. 거기다 그 최후도 너무 시시하고. 일종의 반전을 품고 있는 캐릭터는 무게감있는 캐스팅 덕에 그 첫등장부터 관객들의 의심을 받고. 또 코미디적 요소를 보강시키기 위해 마커스에게 부여한 일종의 신내림 컨셉 또한 작위적인데다, 무엇보다도 <나쁜 녀석들>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특유의 틸 앤 오렌지 키 컬러가 3편에 이어 이번에도 제외된 점은 아쉽다. 


하지만 영화가 그걸 연출로 다 덮는다. 노파심에 먼저 말하지만, 연출로 그것들이 완전히 다 덮였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나쁜 녀석들 - 라이드 오어 다이>엔 감독 콤비의 연출에 대한 그 노력들이 선연하다. 마이클 베이의 유지를 이어받아 3편부터 이번 4편까지를 연이어 연출한 아딜 엘 아르비와 빌랄 팔라는 이미 만들어져있던 두 주인공의 콤비 플레이 위에 자신들만의 개성을 더해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리즈의 아버지인 마이클 베이보다 훨씬 더 나은 연출을 했다고 생각. 


전편에 이어, 마이크와 마커스 외 다른 인물들에게도 조금씩이나마 각자의 서사를 쥐어주고 그걸 끌어낸다. 액션의 재료로써도 그것들이 썩 괜찮다. 신세대 경찰 역할을 부여받은 캘리와 돈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후반부 전투씬에서 주인공 콤비를 보좌하고, 비록 잠깐이지만 리타와 록우드의 엘리베이터 대결 장면 또한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3편에선 적이었지만, 이번 4편에서는 주인공 콤비의 든든한 아군으로 등장하는 아르만도의 활약 역시 영화 전체에 생기를 더한다. 


무엇보다 액션을 어떻게든 새롭게 찍어보려했던 감독 콤비의 열정과 성실함이 빛났다. 대표적으로, 주인공을 중심으로 담는 게 아니라 그가 손에 쥔 권총 중심으로 카메라 동선을 짠 부분. 덕분에 어떤 순간에는 마치 FPS 게임을 하는 듯 1인칭 시점으로 화면이 전개되다, 그 권총이 마이크에게 던져져 마커스의 손에 안착하는 공중에서의 짧은 순간엔 또 CF나 뮤직비디오 느낌의 풍미를 전달한다. 여기에 더해 3편에 이어 주요 액션 안무에서 카메라를 수직으로 격렬하게 세워 몰아붙이는 부분 등도 액션의 박력감을 더욱 잘 표현. 아, 그리고 무엇보다 현존하는 할리우드의 액션 영화들 중에서 이토록 드론 카메라를 잘 쓴 작품은 아직 보지 못한 것 같다. 마이클 베이도 그렇고, 현재의 할리우드 기성 감독들은 액션 장면에서 드론을 쓸 때 적어도 지금까지는 항상 특정 동선만을 쓴다. 어디선가부터 날아왔다가 수직으로 치솟은 뒤 다시 옆으로 돌아 아래로 내리꽂는 동선. 아마 아직까지는 신기술에 가깝다보니, 드론 카메라의 동선이 새롭게 개발된 부분이 많지 않아 반복되는 묘사일 것이다. 헌데 이 영화는 드론 카메라를 좀 더 다채롭게 쓰면서도, 무엇보다 이게 드론이라는 걸 과시하지 않으려 한 것 같단 측면에서 좋았다. 내가 드론 카메라를 비선호하는 이유는 그게 너무 소격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거든.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게 좀 덜하더라. 


1995년에 개봉된 1편과, 이어 2003년에 개봉된 2편. 시리즈의 팬들 중 대부분은 대개 이 두 편 중 한 편을 최고작으로 칠 것 같다. 어쩌면 당연하다. 그 마음들이 모여 이 시리즈가 지속될 수 있었고, 또 유명해질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달리 말하고 싶다. 비록 이 시리즈의 맹렬한 팬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말하고 싶다. <나쁜 녀석들> 시리즈의 최고작은 모름지기 4편이라고. 시리즈가 내달린지 무려 3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떨어지지 않은 영화적 동력. 난 그것이 결단코 온고지신의 태도 덕분이었다 생각한다. 한 명의 감독이 만들고 유지시켜온 이 오래된 옛 시리즈를, 젊은 두 감독에게 완전히 그리고 새로이 맡겨보고자 했던 그 결단. 그 용단이 바로 온고지신. 그래, 나는 이렇게 열심히 만든 영화를 좋아한다. 


<나쁜 녀석들 - 라이드 오어 다이> / 아딜 엘 아르비 & 빌랄 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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