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단상] 단조로운 일상(Yawny Routine) 5월 3호
지난 주부터 나는 지독한 불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본디 일요일 밤에는 다음날 출근 생각에 잠을 못 이루긴했지만 이 외에는 곧잘 자곤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잠에 드는게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ASMR처럼 유퀴즈 영상을 작게 틀어놔도(*리빙포인트: 유퀴즈는 너무 길지도 않고 데시벨이 어느 정도 일정해서 자기 전에 틀어놓기에 아주 적절하다), 누군가 추천해준 미 해병대 수면법(?)을 시전해봐도, 한 순간 온 몸이 쫙 각성되는 느낌이 들면서 잠이 확 달아난다.
대체 왜그런걸까. 최근 근무 형태에 변화가 있긴했지만, 회사 때문이라고 하기엔 평소에 생각보다 회사 생각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요 며칠 안좋았던 가족 관계 때문인가? 라고 생각하기엔 이미 그 전부터 불면에 시달렸다. (이 글의 금기어: 커피)
나는 뜬금없게도(?) 브런치에 첫 화살을 돌렸다. 아무래도 이걸 시작하고 내가 잠을 못자기 시작한 것 같아.
회사 일로 미친듯이 바빠서 야근을 할 때도 글감이 떠오르면 새벽까지 글을 쓰고, 발행하고야 잠에 들곤 했다.(퇴고는 발행 후 부끄러워하며 해야 제맛) 그런 패턴은 점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글을 쓰고나면 커피를 마신 것처럼 정신이 각성 상태가 되어 자려고 누워도 도저히 잠이 오질 않는 것이다. 글은 마무리 지어졌어도 한껏 예민해진 나의 의식은 미처 매듭지어지지 못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침대 위에서까지 유영했다.
그런데 글을 매일 쓰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매일 밤 잠에 들지 못할까.
두 번째로 찾은 원인은 끊임 없는 콘텐츠 인풋. 아무래도 나는 콘텐츠의 홍수에 빠진 것 같다. 자취를 하다보면, 의식하지는 않지만, 혼자 있는게 심심하니 자꾸 뭘 틀어놓는다. 예전에는 팟캐스트였지만 요즘엔 유튜브. 그리고 밥먹을 때나 자기전엔 웹툰. 최근엔 브런치에 퍼블리까지. 생각해보면 나의 눈과 귀와 뇌는 쉴 틈이 없다.
콘텐츠는 나를 지치게 만든다.
언제 이걸 느꼈냐면, 문득 유튜브에서 더이상 볼 영상이 없어서 찾다찾다 새로운 영상을 틀었는데 너무 피로한 느낌이 들 때, 브런치에 뜨는 글의 제목을 보고 들어갔다가 한 문단 이상 읽히질 않아서 나왔는데 꾸역꾸역 새로운 글을 찾아서 또 제목과 첫 문단만 읽고 나갈 때. (누군가에겐 나의 글이 그랬을수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당신, 감사합니다)
정말 콘텐츠의 감옥에 갇힌 것 같다. 단순히 지금 일어나고 있는 소식들을 알지 않으면 불안한 그런 심리가 아니라, 내 감각이 비는 게 허전해서 자꾸 이것저것 집어넣는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허전하지 않은데. 이미 나의 캐파는 가득차서 새로운 걸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데, 나는 습관적으로 새로운 자극들을 넣고 있다. 게다가 요즘엔 내가 콘텐츠를 만들기까지 하고 있으니.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그래서 내가 결심한 건 ‘운동을 해야겠다’.
아아, 나는 또 뱉어버리고 만것이다. 그 어마무시한 말을.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돈을 숱하게 기부해왔던가.
하지만 지금은 그저 막연한 미래의 건강이 아닌, 당장 비워낼 시간이 필요하다.
내 생각에 그건 운동만한 게 없는 것 같다. 내가 운동을 하기 싫어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무 인풋을 넣을 수 없는 그 시간이 아까워서였으니.
"작가 여니, [글-력]에는 [근력]도 필요하다는 걸 깨닫다"
그나저나 이제 종목 선정부터해서 학원(?) 서치까지.. 너무나 많은 관문이 기다리고 있구나…
정말 운동은 너무나도 어려운 인생의 숙제다.
일단은 필라테스 or 헬스를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PT or 혼자서 도 정해야하고..................회사 근처 or 집 근처도................벌써 귀찮다. 진짜 운동 너무 싫다~!~!
*5. 21의 늦은 메모: 이 글을 미리 써놓고 일주일 내내 머니게임을 본다고 마무리를 못지어서 발행이 늦어졌다. 역시 콘텐츠 짱이야....벗어날 수 없어...이번주 주간단상은 무족권 머니게임 관련이다. 한 주 동안 이거 밖에 한 게 없다;;
21년 5월 10일 - 5월 16일의 기록
브런치에 올리기엔 잡스럽지만 블로그에 올리기엔 쓸데없이 진지한 것들의 모음집.
여름밤
한 주 내내 개인사도 꼬이고 잠도 못자서 많이 힘들었는데, 날이 너무 좋아서 괜히 샘이 났던 날.
가족에 대한 글을 쓰는 내내 자꾸 카페에서 눈물이 나서 괜히 밖에 나왔다는 생각을 하다가 겨우 글을 마무리하니 카페도 마감시간이 되었다.
마음은 심란한데 날은 왜이리 좋은지. 이제는 밤이 되어도 춥지 않다.
이대로 집에 가기 적적해서 잠시 카페 앞 벤치에 앉아서 동네를 내려다보며 옛날에 듣던 노래를 들으며 갬성time.
불과 일주일 전 일인데 정말 오래된 일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보다. 엄청나게 상황이 바뀐게 아닌데도 이제는 살만한 걸 보니.
금주의 웹툰 - 일인용 기분
네웹의 윤파랑 작가님이 연재하셨던 일인용기분.
나도 어렸을 때 '나 하나에 그치는 삶을 사는 것'은 무척 시시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것임을 느낀다. (하지만 여전히 '나 하나 챙기기도 버거워'라는 변명 뒤에 숨고싶지는 않다. 물론 이런 마음에 비해 실제 삶은 너무나 이해타산적이고 배타적이지만)
이 작품은 당시에 출판사 출신 사람이 연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내용이 주제가 아니었음에도)너무 매력적이라 재미있게 봤는데 몇 년이 지나고 다시 보니 또 새롭다.
힘들었던 첫 직장을 나와 꽤나 괜찮은 두번째 직장에서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들을 챙기기 위해 또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작가님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
한편으로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직장인의 삶 속에서 이야기를 기획해서 웹툰을 연재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는야 표지 다독가
잠실 교보문고에 갔다가 읽고싶은 책들을 모조리 찍어왔다. 친환경 관련 책이 많네..사실 내 생활은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 괴롭다.
아마 이 책들은 이렇게 사진 속에만 남고 실제로 읽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찍힌 수많은 책들이 그래왔듯... 이거 말고도 2021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장류진 작가 장편소설도 나왔다는데 완전 모르고있었다. 지금도 한 서너권을 읽기 시작한 채 방치되어있는데 어떻게 독서습관을 끌어갈 수 있을까...(이 글의 주제는 '콘텐츠는 나를 지치게 만든다'가 맞습니다)
서점에서 나와 집에 가는데 어떤 분이 연락처가 적힌 쪽지를 주고 후다닥 도망가셨다. 후후..저 잘하면 코로나 끝나도 마스크 쓰고 다닙니다.
그런데 정말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이후부터 주위에서도 이런 에피소드가 더 많아진 것 같다. 정말 마스크를 쓰면 사람이 더 예쁘고 잘생겨보이는 걸까? 생각하기도했지만, 반대로 마스크를 썼으니 더 용기가 생기는건 아닐까? 싶기도하다. 나도 만나는 사람이 없는데 길거리에서 완전 내 이상형을 봤다면 어차피 얼굴도 가려서 덜 창피하겠다 일단 도전해봤을 것 같다.
고맙다 친구야, 네 덕에 꿀잠 잘 수 있겠어
요새 잠을 못잔다니까 친구가 록시땅 수면 세트? 바로 쏴줘버리심. 고마워 친구야..안그래도 내 방 보일러 불빛이 안꺼져서 너무 눈부셨는데 안대까지 넘 꿀템^.^
룸스프레이 향이 너무 은은해서 좋은데 아직 두통의 여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아껴두고 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좀 좋으니 한 번 더 개시해야지~
사실 나는 향수나 핸드크림도 좋은 향 나는거 이것저것 쓰고 싶은데 향이 너무 강하면 어김없이 두통이 찾아와서 사용을 못한다. 세상에는 좋은 향이 너무 많은데 너무 아쉽다..언제쯤 나도 자극적인 향 써볼 수 있을까..
*프로두통러가 강한 향기에 예민한 분들에게 추천하는 제품: 이솝 테싯 향수
인간적으로 주말에만 비오는건 좀...
진짜 평일에는 여름인가싶을 정도로 기온도 높고 날도 좋았는데 주말 시작하자마자 바로 장대비 후두둑.
그래도 커피는 못 잃어.
저 이제부터 홈트하려구요. 진짜진짜루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근력+살찌기(벌크업)이다. 나는 말랐다. 난 이게 어렸을 때부터 엄청난 콤플렉스고 스트레스였는데 사회적으로 별로 공감을 받지는 못한다. 타인이 내 아픔에 공감 못 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존중은 해줬으면 좋겠는데. 가끔 '살쪄서 고민인 것'에 비해 '말라서 고민인 것'은 너무 쉽게 이야기되고 무시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다.
마른 사람 코디 유튜브를 보는데 어떤 유튜버가 '마른 사람들은 말랐어도 대신 복근은 있잖아요?'라고 하는데 댓글에 아무도 거기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리빙포인트: 마른 사람이라고 다 복근 있는건 아니고, 식습관이 안좋으면 배만 나오기도한다.) 아아, 비주류의 삶이란.
서로 존중하며 삽시다! 남의 팔목 가늘다고 덥석덥석 가져가서 잡지말기. 나무젓가락 같아도 사실은 물건이 아니랍니다. 애초에 남이 돼지건 멸치건(아니 근데 왜 이렇게 뭐에 빗대는 것도 슬프다. 나는 그냥 사람이고싶다!) 상관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어쨌든, 피어커피에서 메인글을 쓰고 운동을 해야겠다 싶어서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며 이것저것 운동추천 영상을 찾아보다가 역시 기부를 하더라도 소액기부가 나을 것 같아서 홈트를 하기로 했다.
사실 내가 1:1 PT를 안좋아하는 이유는 트레이너들과의 스몰토크 때문이다. 나는 그냥 운동만 하고싶지만 어쩔 수 없이 의미없는 티키타카를 해야하는데, 그게 운동보다도 피곤하게 느껴진다. 마치 소모임에 나간 기분.. 그럴 때면 나는 어김없이 남은 돈을 기부했다. 참.. 이런 것도 운동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나는 그냥 홈트를 (다시)시도하기로.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 날 홈트 기구를 주문했는데 5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배송이 안됐다는걸 지금 깨달았다. 나도 참ㅋ.ㅋ;)
그래서 이 날은 운동을 좀 하고 잤냐면....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옷장 정리 영상을 보다가 여름옷을 다리고, 정리까지 해놓으니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냥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