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석사생이 과제하는 방법
3주차 과제 제출.
Formative Assessment = 형식적인 과제, 라고 하며 점수엔 반영되지 않지만 마지막 7주차때 점수 책정되는 Summative Assessment를 제출하기 전 나의 실력이 얼마나 되는 지 미리 확인하고 점검하는 시간이다.
첫 과제기도 하고 버릇을 들여 놓으려고 기억하며 미리 하고 싶었으나 역시나 벼락치기로 마무리했다. 과제를 미리하는 것이 내인생엔 불가능한 것인지, 게으름뱅이는 천직인가 보다.
과제는 세 가지 보건 이슈 중에서 한 가지를 지정해서 500단어의 레포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나는 '난임 치료'에 대한 국가보장보험에서의 지원에 대해 찬성인가, 반성인가 하는 것을 주제로 잡았다. 해당 과제 게시공고판에는 링크가 각 주제마다 달려있었고, 내가 할 일은 링크에 달린 정보를 보고 나의 생각을 정리한 다음, 관련 논문이나 레포트 등을 찾아서 이를 바탕으로 인용해서 찬성인지 반대인지 논지를 펼치는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내 의견을 피력하는 에세이가 아니기에 굉장히 어려웠다. 지금까지 발간된 논문과 자료를 인용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결론을 지어야 하는 것이라 어려웠다.
논문을 써 보았다지만 명백하게 결론이 나와있는 과학 논문과 정책적인 방향이 들어가 있는 토론의 주제를 갖고 논설을 쓰는 건 정말이지 몹시 머리 아픈 과제이다.
도저히 한 글자가 안 떼어지는 순간이 일주일 내내 지속되다가 마감시간 하루 앞두고 제출은 해야했기에 억지로 참고문헌을 긁어 모으기 시작했다. Pubmed와 Google scholar를 뒤적이며 관련 단어들을 검색하며 논문을 왕창 다운받고 Endnotd(참고문헌 정리 프로그램)에 차곡차곡 책장에 책을 꽂아두듯이 정리했다.
암센터에서 근무할 때 PI선생님(연구책임자)이 말씀하시던대로 답이 안 나올땐 논문을 읽어봐라, 는 말씀은 정답이었다. 한글자씩 읽어나가다 보니 그래서 난임치료의 방점이 무엇이고 왜 제도적 마련이 필요한지, 왜 필요 없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입장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충 돌아가는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타이핑을 시작했다. 순서는 다음과 같이 했다.
1. 서-본-결을 쓸때 reference 읽으면서 인용하고 싶은 부분 하이라이트하고 메모해두기
2. 서론에 배경지식과 그래서 내 요지를 한국어로 정리한다.
3. 본론에 난임치료의 NHS지원이 필요한 이유와 필요 없는 이유를 넣어 본다.
4.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지 간단한 문장으로 작성한다. 본 과제는 결론에 Conclusion만 넣지 말고 Limitation과 Discussion을 같이 넣으라고 해서 다 같이 써서 결론 부분이 길어졌다.
과제를 하면서 배운 점은 그동안 버벅대며 겨우 썼던 Endnote 사용법을 확실히 터득했고, 과제를 하면서 수업을 상기시키며 무엇을 배웠는지 복습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전까지는 유튜브에 나오는 학습영상 몇개 보고 끝난 수준이라 생각했는데 과제를 해보니 보건과 정책, 그리고 대상자들과 의료관계자들에 대한 이해도가 전보다 나아졌다.
덧,
1- 이제 영어 자막을 안씌우고 수업 듣는다. 듣기가 조금 향상된 것도 있고, 자막이 있으니 동시에 따라가려다 영어단어만 눈에 들어오고 수업 내용이 안 들어와서 그렇다.
2- 다른 애들(이라지만 다 나이가 많으심)은 포털을 이용하는 데 애먹는게 많나봄. 난 입학만 기다려서 그런지 계정 생성되자마자 뿅하고 들어가서 와다다하고 들쑤시고 다녀서 7주차 과제 제출 형식까지 다 다운받았는데 과제하거나 수업들을때마다 채팅창은 야단법석이다. '이거 어디서 받냐', '형식 어디서 보냐' 등등, 그래서 과제 표지 업로드 해주고 참고문헌 어디서 다운받는지 알려줬다.
영어를 못해서 큰일은 없는데 인터넷을 잘 못해서 큰일인건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문제를 겪고 있는 많은 동기들이 영어권 거주자들이다. 이제 알았다, 영어의 문제가 아니다. 모국어로 알려주고 설명서를 잔뜩 써놔도 안 읽고 못 찾아서 찾아주세요, 하는 공주님들은 어디에나 있구나, 라는 것을.
+굉장히 친절한 설명 시스템이 되어있는데도 못 찾는 친구들이 차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