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업으로의 도약
*본 글은 종이책 출간 전 발행 글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향후 출판 서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판데믹이라는 초유의 신종감염병이 우리 삶을 바꿔 놓은지 어언 1년이 되었다. 코로나 못지않게 내 인생도 다이내믹하게 질주하던 2020년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1월 설날 한국으로 입국하며 다신 중국으로 입국하지 못하게 되고, 남편과 생이별을 10개월간 했다.
2월 새로운 회사에서 1년 넘게 쉬었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파견직이었고, 곧 파견이 될 거란 희망으로 한국에서 일을 배워가다 그렇게 한 해동안 쭉 서울 사무실로 출퇴근했다.
5월 학수고대하던 보건학 석사를 다시 시작했다. 힘들었던 아이엘츠(시험)의 문턱을 넘어 겨우 합격을 하고, 원격이었으나 영어로 수업을 듣고, 여러 국가의 동기생들과 세미나를 듣고, 과제에 대해 토론하며 1년 차를 보냈다. 무사히 졸업만 하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10월 남편이 돌아왔고, 성실히 2주간의 자가격리를 이행한 뒤 재회할 수 있었다.
12월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다. 코로나 이전부터 감염병에 관심이 있어서 배워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오지 않았는데 불행인지 행운인지 기회가 와서 파견을 고대하던 직장은 그만두고 새로 일을 배우며 시작했다. 간호사가 많은 터라 병원 같은 분위기가 있지만 적응하다 보면 처음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에티오피아를 다녀오고 난 후의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은 복에 겨운 삶이었다. 자율적인 분위기와 출퇴근 문화, 프로젝트 담당 업무라 일 안에서 반드시 하는 것만 완수하면 그 어떤 일을 더하든, 덜 하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판을 짜고 그림을 그릴 수 있던 일터들이었다. 언제든 시간 나면 다시 가서 밥 먹고 수다 떨 수 있을 만큼 어렵지 않은 곳들이었다.
공직사회로 들어오니 예상대로 위계가 있고, 병원만큼 히스테릭한 느낌이 있지만 병원 신규 시절보단 덜 쪼그라들고, 덜 공포스러워서 그만둬야 할 정도는 아닌 상태이다. 그래도 일주일에 정말 35시간 일하고, 일하는 강도도 타이트하지 않았던 그 순간이 그립다.
항시 전투태세에 가시가 돋쳐서 내뿜는 짜증들을 받아내 가며 일하는 건 역시 퍽 유쾌하거나 익숙한 일은 아니다. 이래서 먹여 살릴 가족을 보며, 그나마 오래 일하는 만큼 꽂히는 수당 액수를 바라보며 버티는 거라고 하나.
2021년이 시작했으나 코로나가 21년에 사라져 주지 않는 한, 피로감 들고, 모두가 날카로운 분위기는 크게 바뀔 것 같진 않다.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라는 말을 새기며 버티고 있다. 한국에서 어느 공직사회를 가도 비슷한 분위기라면 여기서 잘 버티다가 그다음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나이 앞자리도 바뀌고, 직업도 바뀌고, 내년에는 건강하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지금처럼 잘 감내하며 끝까지 완주했으면 좋겠다.
모두들 건강하기도 바란다. 아프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