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를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본 글은 종이책 출간 전 발행 글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향후 출판 서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보건소에서 역학조사 업무를 맡으면서 자가 격리자와 확진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점이 있다.
그것은, 판데믹이든, 신종 전염병이든, 암보다 못한 신종 '감기'일 뿐이며 그것으로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너에게 주지 않았다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치사율이 생각보다 적어 보인다고(1% 내외)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 질병은 단순한 에피소드 정도라고 치부하는 것이 문제의 시발이 된다.
격리든, 확진이든, 외부와의 세상과 단절시키고 법에 의해 처벌까지 가능한 억압을 한다는 통보를 받고 그리 즐거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예외적으로 쉬고 싶은 사람들 제외).
...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자신의 힘으로 문밖을 나설 수 있고, 감시자도 경찰이 아니라 일개 시청/보건소 공무원들이라 법 앞에 규칙을 준수하는 준법정신보단, 예방접종을 맞으세요, 정도의 권고로 가볍게 알고 몇 번의 설득과 지독한 연락과 방문 끝에 수긍을 겨우 해주는 대상자들이 많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지진, 홍수, 태풍이 날 때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권고대로 거처를 옮기고, 움직여야 한다. 그 사이에 공산주의식 물품 배급과 개인을 고려하지 않는 세심함의 부재가 발생하지만 그 정도는 '재난상황'이니 넘길 수 있다 한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 코로나는 똑같은 삶 속에 바이러스만 다르게 들어온 것인지라 홍수, 태풍 같은 상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감기 좀 걸렸는데 그게 당신네들이랑 뭔 상관이야!"
"자가격리했는데 바이러스 아니면 피해보상해줄 거냐.."
늘 말하는 '지침'과 '반대로' 생각해보시라 전화기를 붙든다.
"재난상황 같은 바이러스이고, 법에 따라 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시면 선생님의 이웃과 가족들에게 영향이 미치고,
만약 지침대로 하지 않아서 감염이 확산되면 선생님께서 보상하실 수 없으시지요.
하지만 격리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선 일정 부분 정부에서 보상해 드립니다."
래퍼 같은 혀로 줄기차게 읊어대는 대목이다.
나도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실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에 와 닿지 않을 때가 많다. 불구덩이나 물구덩이에 사람들이 단체로 빠져 사망하거나 대기근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영상을 봐야만 재난으로 선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 몇 명이라도 한 가지 원인으로 연쇄적 사망이 일어났다면 그건 '재난'이다. 재난상황은 잘됐건, 못됐건, 중앙에서 내려오는 지침대로 줄을 맞춰 같이 발맞춰 가줘야 한다.
물론, 그들도 처음이고 우리도 처음이라 완벽한 것은 어느 것도 없지만 다수를 더 안전하게 하고자 만든 불편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