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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01.자연의 위로

by 윤경환 Mar 0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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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여행하던 중에 선명한 별을 보게 되었다.

같이 산책길을 걷던 여행자들은 흔하게 볼 수 없는 밤하늘의 별을 카메라에 담으려 했다. 나도 오래간만에 발견한 별을 카메라에 담으려 덩달아 부산을 떨었다.

얼마 만에 보는 선명한 별이었는지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세상을 처음 마주한 어린아이로 되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별 하나에 다 큰 어른들이 이토록 감탄할 수 있는 것은 별을 흔히 볼 수 없어서다.

도심에서 선명한 별을 보기란 참 어렵다.

이제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옛 속담을 하늘에 별 찾기로 바꾸어야 맞지 않는가 싶다.


별이 사라진 것은 대기오염 때문이기도 하지만 빛 공해 탓도 있다. 가로등과 자동차 불빛 같은 수많은 인공조명이 별을 더욱 안 보이도록 내몰고 있는 것이다. 어둠을 밝히기 위해 만든 빛이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던 빛을 내쫓아 버린 셈.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 본연의 아름다운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리고 나 또한 공범인 것 같아 미안하다. 내가 미안한 것은 어두운 밤을 밝히던 별을 내쫓아버린 것과 지금의 아이들에게다.


나는 지금도 어릴 적 집 앞 2평 정도 되는 좁은 앞마당에서 바라보았던 황홀했던 밤의 별들을 기억한다. 문구점에서 산 삼천 원짜리 쌍안경으로 별을 바라보겠다고 밤이 되면 앞마당에 우두커니 앉아 있곤 했다. 천체망원경이 따로 있다는 건 좀 더 커서 알게 되었지만.


하늘에 누가 별 가루를 흩뿌려 놓기라도 한 듯이 오밀조밀하게 모인 환한 별들.

어릴 적 보았던 밤하늘 환한 별을 본 순간만큼 경이로운 기억이 없다.

어른이 된 지금도 삶이 메마르게 느껴질 때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때의 경이로운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지금 메마른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 그런 감탄의 기억을 물려줄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어린 왕자는 별이 아름다운 것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한 송이의 꽃과 우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시들어가는 한 송이의 꽃을 거센 바람에 내맡겨 버린 것은 아닐까.


별을 노래했던 어느 시인의 마음이 되어 흐릿해진 빛을 다시 밝히고 있는 별을 세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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