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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모순

by 윤경환


삼십 년 전 시장에서 어머니의 손을 놓쳐

엉엉 울며 시장을 헤매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한데

엊그제 오후 두 시에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이 흐릿하다.


이십 년 전 학교 앞에서 처음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했을 때 허탈하고 쓰렸던 감정은

지금도 생생한데

몇 달 전 여행 갔을 때의 기억은 온데간데없다.


놀라거나 상처받은 기억은 영구 저장이 되나 보다.

그런 케케묵은 기억들은 깔끔하게 삭제하고

며칠 전 세세한 일들을 잘 기억하면 좋으련만


그게 참 어렵다.


기억은 참 바보 같고, 모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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