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운전이 서툴러 보이는 초보운전자가 눈에 들어왔다.
느릿느릿 갈 뿐만 아니라 차폭을 가늠하지 못해 차는 좌측 편으로 많이 쏠려 있었다. 교차로 지점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차들은 그 차를 추월해 가거나 경적을 한 번씩 울리곤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차는 자신의 리듬대로 묵묵히 갈 뿐이었다.
더 인상적인 건 차 뒤에 붙여놓은 '초보운전' 딱지였다.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초보운전'을 써서 붙여 놓았다. 손 글씨는 비록 악필이었으나 테이프 질은 꼼꼼히 한 것으로 보였다.
운전자가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의 엉성함에 피식 웃음이 났다. 요즘은 디자인이 되어 시중에 나오는 딱지를 붙이다 보니 세련되긴 했지만, 초보운전자 특유의 싱그러움을 느끼진 못했는데 오랜만에 느껴본 초보자의 풋내였다.
돌이켜보면 나도 흰 종이에 굵은 매직펜으로 '초보운전'이라고 붙여서 한동안 다녔던 것 같다.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한자씩 써 내려갔던 내 모습처럼 내 앞에선 초보운전자의 그 모습을 생각하니 또다시 미소가 머금어졌지만, 진지했을 그의 태도를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고, 유행을 좇지 못한 어리숙함이 때로는 우리를 웃게 한다. 이따금 보이는 생활 속 빈틈은 웃음을 짓게 하고 주변의 긴장도 풀게 만든다.
도자기의 가치는 빈 공간에서 생기듯이
우리 삶에는 여백이 필요하다.
너무 완벽해지려는 삶에는 여백이 없다.
한편에 드리워진 여백이 우리의 삶을 웃음 짓게 하고 풍성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