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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내린 숲

by 윤경환

지리산 자락에서 환하게 빛나는 별을 보았다.

손을 갖다 대면 별이 손에 닿을 듯했다.


일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정상 지점의 대피소까지 온 것이지만 생생하게 떠 있는 별들을 보니 산을 오르는 동안의 고생이 씻겨 나가는 듯했다.


내가 애정하는 한 수필가는 밤하늘 달에도 향기가 난다고 했는데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또 내가 사랑하는 시인의 시구절처럼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표현도 생경하게 와닿았다.


주변의 등산객들도 나처럼 별을 올려다보며 입을 한껏 벌리고는 헤벌쭉 웃고 있었다. 다 큰 어른이 어린애처럼 헤벌쭉 웃는 게 어색하긴 해도 보기에 좋았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바라보는 동안만큼은 너나 할 거 없이 동심이 튀어나오는 모양이다.


할 수만 있다면 지리산 자락의 또렷한 별들을 내가 사는 도심으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발꿈치를 올려 손을 휘저으면 닿을 것 같던 별들이 숲에 쏟아져 내리는 상상을 했다. 풀들 위로 쏟아져 내린 별빛을 손에 담아 직접 손에 밴 향기를 맡아보는 상상, 별빛에 베인 향기는 어떨까, 그것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별을 참 좋아하지만, 어느덧 별을 잊어가고 있다.

도시의 혼탁한 대기가 별을 가린 탓도 있지만

별을 바라보는 여유도 잃어버렸다.


별빛이 쏟아져 내리던 숲의 아름다운 밤을 영원히 간직해 두었다가 도시의 삶이 황폐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언제든, 꺼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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