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 Prelude in C minor BWV. 847
바흐 작품 중에서도 유난히 오래된 나무 냄새가 나는 듯한 곡들이 있다.
바흐가 좋아서 독일을 세 번 방문하고 독일어 입문 강의도 전부 들었다. 의도치 않게 회사에서 독일의 경쟁사로 이직 준비하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천사는 도시를 내려다본다. 도시, 길, 공동주택단지로 시선 범위를 좁혀가고 각 세대의 사람을 한 명씩 비추며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지역적으로 같은 그룹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임에도 서로 너무나 다른 상황 속에서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보인다.
이는 지하철이라는 서로의 신체나 옷깃이 맞닿을 수밖에 없는 더욱 작은 공간에서 극대화된다. 승객들은 바로 옆에 몸을 붙인 채 비슷하게 늘어앉아서는 영혼은 각자 다른 곳에 있거나 향해 가는 중이며 다른 감정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살을 붙인 채 끝없이 동떨어진 완전한 타인이었다.
바흐의 이 곡은 마치 이런 광경을 2배속으로 보는 느낌이다.
사람은 다 같은 듯해도 같지 않고 비슷한 듯해도 한데 묶을 수 없다.
하나의 언어로 표현되는 감정도 누가 언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부피와 무게가 다르다.
이 당연한 사실은 흑백의 영상 속에서 강렬하게도 살아 움직여 생경한 감흥을 줬다.
인간의 다르고 또 다른 무한한 다양성
이 재미에 천사는 결국 지상으로 내려와 사람으로 살기를 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