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bert Piano Sonata No. 13 mov.2
2018년 가을, 바흐가 27년간 칸토르로 지내신 성 토마스 교회에 갔다.
교회 중앙에 자리한 바흐의 무덤 위로 스테인드글라스의 오색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매일 아침의 태양이 찬란한 신의 모습으로 죽은 이를 어루만지는,
기도하는 이를 감싸 안는,
올려다보는 이의 반짝이는 눈을 어여삐 여기는,
그것은 서로 다른 색의 조각이 이루어내는 하나의 커다란 숭고함이었다.
기다란 의자 한쪽에 앉아 기도했다.
오늘의 숭고함을 기억하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감동을 전하는 존재가 되겠다.
2021년, 일기장, 휴대폰 메모, 블로그, 워드 파일 속 아무 데나 흩어져 방치되어 있던 길고 짧은 기록, 음악을 통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들을 모으고 그 밖에 특별한 인상을 준 음악을 글로 썼습니다. 그리하여 만든 감상집을 3년 만에 다시 꺼내어 30개의 이야기를 추려 브런치로 옮깁니다.
나는 피아노를 좋아한다는 말로 부족해 얼마큼 좋아하는지 말하고 싶어 했습니다.
아마 ‘피아노를 전공했다’는 정도로 똑 떨어지게 설명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오랜 결핍이었겠지요.
피아노를 좋아하는 이유를 답하지 못했던 날에 스스로 증명해 보이려 울면서 연주한 토카타처럼, [음악이 쓰는 글]은 내가 음악을 사랑한다는 뚜렷한 하나의 증표로써, 피아노 없이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어린 나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합니다.
고독한 시간 그 어느 날의 일기처럼 슈베르트의 음악을, 라두루푸의 연주를 들을 수 있고 감동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자유롭게 세상을 느끼며 사랑하며 꿈꿀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신 나의 엄마 아빠에게 깊은 존경과 사랑을 보내며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