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vs 꽃구경

내가 꽃을 보러 다닐 줄이야......

by 기억의 틈

20대엔 봄이 오면 늘 꽃놀이를 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꽃을 보기 위한 나들이는 아니었다.

꽃은 그저 배경이었다.

정말 보고 싶었던 건 꽃이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과의 시간이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을 때,

데이트를 할 명분이 필요할 때,

봄은 좋은 핑계가 되어주곤 했다.

근처 공원이나 강변, 사람 많지 않은 명소를 찾아

사진을 찍고, 커피를 마시고, 손을 잡았다.

꽃은 그저 거기 있어줘서 고마운 정도의 존재였다.


30대가 된 지금은 꽃구경을 간다.

SNS에서 개화 시기를 확인하고

지도에서 거리를 계산하고

심지어 새벽부터 움직이기도 한다.

이제는 그저 꽃이 좋아서

꽃을 보러 간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내가 갑자기 꽃에 눈뜬 걸까?

나도 어느새 엄마처럼 꽃 사진만 찍고 있는 걸까?


예전엔 ‘올해 못 보면 내년에 보면 되지’ 하고 넘겼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한 번 놓치면 다시는 똑같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꽃을 보는 건 지금의 나에게

계절을 기억하는 방식이 되었다.


예전엔 사람을 보러 꽃을 보러 갔고,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며 봄을 기다렸다.


꽃은 배경이었고

나는 늘 그 배경 속에 누군가를 세우고 있었다.

내 삶도 그랬다.

나 아닌 것들에 집중하느라, 정작 나 자신을 보지 못했다.

타인의 시선, 흘러가는 시간만 좇다가

어느새 내 마음은 흐릿해져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다가 문득 나를 본다.


꽃이 유난히 예뻐 보이는 이유가

아마 지금의 내가

그만큼 다정해졌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는

내 안에 피는 마음 하나하나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바라보며 산다.


꽃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꽃처럼 나도 피어오르는 존재라는 걸 안다.

내 안에 피는 꽃들을

이제는 흘려보내지 않고 잠시 멈춰 구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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