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
인생이란 용기를 내서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거예요.”
나는 늘 망설이는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대부분은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말 대신 상상했다.
내가 말을 꺼냈을 때 분위기, 반응, 그 이후의 흐름까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공상가였다.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수많은 말들을
마음속에서만 수백 번씩 반복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회사에선 회의 시간마다 입을 열 기회가 있었지만
나는 늘 고개만 끄덕였다.
누군가 말한 내용을 내 방식대로 다듬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곤 했지만
결국 실제로 꺼낸 말은 “괜찮습니다” 한마디였다.
동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싶었던 날도 많았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이번 보고서 멋졌어요”
이런 말들은 입술에 닿기 전 늘 사라졌다.
커피머신 앞에서 타이밍을 잰 끝에
결국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도
공상은 넘쳤고 실행은 드물었다.
시장에선 흥정을 해보려다 그냥 돌아섰고
해보고 싶었던 액티비티도 ‘다음에 하자’며 미뤘다.
사진은 그럴싸했지만
내가 가장 해보고 싶던 일들은 정작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속
그 장면이 나를 정통으로 때렸다.
직장 동료들이 월터를 놀린다.
“우주비행사 톰한테 전화 잘 돼요?”
“그 사람 또 상상 중이야.”
그는 공상가 취급을 받는다.
머릿속에선 끝없이 모험을 펼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 변화도 없는 사람.
나는 웃으며 보다가
어딘가 뜨끔한 마음으로 숨을 고르게 됐다.
하지만 월터에게는 셰릴이 있었다.
“괜찮아요. 그 사람들, 당신 진짜 몰라요.”
그녀는 그를 이해했고
조용히 그리고 단단하게 그를 지지했다.
그 말 한마디가
월터를 상상의 틀에서 꺼내는 시작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슬란드의 절벽.
헬기가 이륙을 기다리고 있고
월터는 주저한다.
그 순간 셰릴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린다.
“인생이란, 용기를 내서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는 뛴다.
그 한 걸음으로 상상은 현실이 된다.
그 장면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나에게도 수없이 많은 헬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번번이 타지 못했다.
그때마다 망설였고, 머릿속으로만 탔고,
몸은 제자리에 남아 있었다.
나는 아직 완전히 변한 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공상에 빠지곤 한다.
말보다 생각이 많은 날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현실은 상상보다 거칠지만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는 걸.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작은 용기를 연습한다.
회의에서 손을 들어보고
먼저 말을 건네보고
망설이는 순간 “그래도 해보자”라고 말해보는 일.